43살의 봄

다음을 당겨오는 마음

by 런앤런초이

아쉬운 순간이 있다는 건,

다음을 또 기약한다는 것.

아낀다는 건,

이미 그 안에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

자주 들여다본다는 건

정성을 쏟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요즘 비로소 알 것 같다.


계절이 봄을 맞이하듯 내 집안 곳곳에도 겨울 내 묵어 있던 때를 벗겨내는 중이다. 먼지가 내려앉은 자리들을 닦아내고, 한 해 두 해 들여다보지 않던 것들은 비워낸다.

있어야 할 곳에 가지런히 두고, 자주 보고 싶은 것들로 내가 머무는 곁을 채운다. 공간을 정리하는 일은 삶을 정돈하는 일과 닮아 있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정리 정돈하는 일.

그것이 나를 아끼는 일이라는 걸 올해 들어 더 또렷하게 느낀다. 집안 구석구석, 그동안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어루만지다 보면 마치 마음 깊은 곳의 감각이 함께 깨어나는 듯하다. 비워내는 일은 잃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계절이 들어올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라는 것도.


관심을 두고 오래 보고 머무르고 싶다는 마음은 ‘다음’을 당겨오는 일이다. 시간이 나를 지나가게 두는 대신 내가 시간을 조용히 끌어안는 일. 보고 있으면 또 보고 싶어지는 마음, 그 마음이 삶을 이어가게 한다.


매일 아침,

나는 애정하는 커피를 내린다.

그라인더가 돌아가는 소리,

천천히 떨어지는 한 줄기 추출의 시간.

커피의 향을 코끝으로 마시는 일.

묵직하게 내려앉는 그 향이

나의 하루를 조용히 깨운다.


커피 한 모금, 입안에 오래 머무는 깊은 맛.

빨리 스쳐 지나가는 것보다

천천히 남는 것을 더 사랑하게 된 나이.


따스한 창가에 앉아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볕에 기대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내 공간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간.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낀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내가 머무는 공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일까.

이 공간에 머무는 시간들이 유난히 애틋하다.

43살의 봄은 거창하게 피어나는 계절이 아니라

천천히 추출되는 시간 같다.

급히 삼키지 않고 깊고 묵직하게 내려앉는 향처럼,

이미 내게로 오고 있는 날들을 기분 좋게 깨어 맞이하고 싶다.


43살의 봄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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