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는 말러 2번 5악장이 흘러나오고 내가 살아 숨쉬는 이유를 알고싶은 갈망에 머리를 창문에 때려박는다. 나는 인간인가 눈을 뜨고만 있는 예술가인가. 악보를 벅벅 찢어버리고싶고 악기를 내던지고 싶은 마음이 턱끝까지 차오르지만 말러가 말했듯이 삶은 어둡고 죽음 역시 그렇다. 사는건 무엇일까, 그리고 음악이 삶을 지배한다는것은 무엇일까. 이쯤되면 음악이 삶을 지배하고도 남았지만 음악에 삶이 온전히 지배당하는 순간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오는것이 과연 맞는것일까. 손가락을 갈기갈기 잘라버리고 싶은 순간도 악보에 있는 음 하나하나를 어떻게 온전히 연주할까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자책하는 순간도 의미가 있는것일까. 가만히 앉아 말러의 심포니를 하나씩 들어본다. 말러 3번 6악장을 들으면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나를 벼랑끝까지 내몰까. 온몸이 찢겨나가는 화성과 노트들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말러도 50에 죽었던데 젠장 나는 26년이나 더 남았다. 아, 또 쓸대없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내가 죽으면 내 악기는 어떻게 되는가, 나는 진정 예수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잿가루를 뿌려 무로 돌아가는 것일까. 차라리 슈만이 잘됐어. 엄청난 곡들을 작곡하고 정신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슈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인간은 왜 살아 숨쉬고 숨이 멎을때까지 고통일까, 얼음을 하나 넣은 위스키를 들이키며 악보를 읽어간다. 그옆에는 와인 그옆에는 또 다른 악보. 내 활에서 시작되는, 활털 하나에서 시작되는 소리부터 활끝까지 남는 활털이 없을때까지의 소리를 듣는다. 손끝을 줄에 올려 비브라토를 시작해 끝나는 순간까지를 생각한다. 나는 이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햇빛에 눈처럼 내리는 송진의 가루는 녹지만 예쁘다. 저게 내 미래의 잿가루인가 싶기도 하다. 머리가 깨질것같이 아프다. 말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바르톡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쇼스타코비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래도 쇼스티는 지가 원하는게 뭔지는, 음악을 만들고싶은지는 분명해서 다행이지 말러 이놈 인생에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었던거야. 더이상 들을수 없는 내 소리를 접고 악기를 챙긴다. 집에가면 또 생각나겠지, 숨을 들이쉬고 먼지 하나하나가 코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생각나는데. 잠좀 자고싶고 아무생각 없는 하루를 보내고싶다. 이 음은 무엇일까, 이 뜻은 무엇일까 부터 시작해 나는 무엇인가로 끝나는 음악은 오늘도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살아야지, 그래도 들어야지 음악은. 숨이 시작되고 끝나는 순간까지 음악은 들어야지. 음악은 노트에서 오는게 아니야 어떤 인생을 살았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것이지. 머리에 혹이 날때까지, 멍이 들때까지 고민하고 고뇌하고 만들어내야지, 음악. 신만 아는 내 인생 음악이라도 들어야지. 이쯤되면 나는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지, 음악이 날 선택했을라나. 참 간사하게도 악기를 할때 제일 나같은 나의 모습에 경악을 떨치지 못하고 잠에 든다. 아 위스키는 끝내야지. 와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