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의 모닥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여러분께 말을 거는 듯한 문체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글보다는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모닥 기고문을 제안받았을 때 순간 당황스러웠어요. 내가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주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정말 많은 고민이 되더군요. 하지만 모닥의 취지를 설명받고 ‘아 이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써야겠다!’라는 생각에 덥석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저의 예상대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어요.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할지. 그 주제를 어떻게 하면 동료들과 구독자들이 재밌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지 등등 온갖 생각에 글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다가 ‘에잇 모르겠다. 그냥 한번 써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노트북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지난주 금요일 (사)환경교육센터에서 진행한 <기후정의 공감의 숲 4회차 모임>에 발제자로 참여하고 난 소감을 공유하고자 해요.
2주 전에 은빈님께서 ‘단체 채팅방에 여기 발제 맡으실 분 있으세요?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운영위에서 준비 도와드릴게요!’라고 올리신 것을 보고 저는 왠지 ‘아…이 프로그램은 내가 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우리 단체에는 저보다 훨씬 더 경험도 많으시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많기에 섣불리 제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침 주제도 ‘기후위기 속 당신의 권리는 무사하신가요?’였고 청년 파트를 담당하면 되는 것이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은빈님께 아주 소심하게 모집 여부를 물어봤는데, 아주 가볍게 ‘동희님 하실래요 ㅎㅎ’라는 답변에 와서 저는 ‘옳다쿠나 내가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제가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죠.
처음에는 너무 신났어요. ‘내가 드디어 청년기후긴급행동 소속으로 발제를 하게 되었구나’, ‘어떤 내용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등등 들뜬 마음이었죠. 그러나 그 기쁨과 신남은 얼마 가지 않았어요….
현실적인 문제인 어떤 내용으로 20분 동안 발제를 하냐는 것에 부딪히게 된 것이었죠. 이와 더불어 저는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강의도 들어야 하고 과제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발제 준비를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어요. 5분 정도 발언은 해봤지만 ‘발제’ 그것도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해야 한다는 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준비를 시작해 나갔어요. 우선 저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어요. 열여덟 살까지만 해도 정치외교학도 또는 기아와 난민을 구호하는 긴급구호활동가가 되고 싶었던 제가 어떻게, 어쩌다가 기후 운동가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써 내려갔죠. 그렇게 열심히 썼는데도 3분 분량밖에 안 나와서 문제가 심각함을 직감했어요.
‘아 발제라는 것은 자료 조사도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아 주제와 관련된, 즉 기후위기로 인한 권리침해 사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죠. 조사 결과 기후위기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폭염과 홍수 등 기후재앙으로 피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내가 더 기후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어요. 어찌어찌 18분가량의 발제문을 다 쓰고 나니 어찌나 후련하던지!
발언문의 구조는 ‘내가 기후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내가 기후위기를 접하고 느낀 감정-나의 노력과 청년기후긴급행동-기후위기로 인한 권리침해 사례-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는데, 나름 만족스러워서 PPT도 만들고 연습도 열심히 했죠.
드디어 발제 당일날! 약간 긴장되긴 하지만 ‘나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얼굴이다. 차분히 잘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10시 정각에 프로그램의 줌 링크에 들어갔죠. 기조 발제는 두루 사단법인의 지현영 변호사님께서 ‘기후위기는 왜 인권의 문제인가’를 주제로 진행해 주셨어요.
그다음으로는 청주 동물원의 김정호 수의사님께서 ‘코끼리 없는 동물원’이라는 주제로 앞으로 동물원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어요. 우리는 무조건 동물원이 안 좋은 곳으로 인식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시는 수의사님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어요.(그럼에도 저는 동물원에 반대합니다^^;)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김정열 대표님께서는 ‘기후재난 시대의 여성 농민이 말하다’라는 주제로 발제를 해주셨어요. 저는 요즘 들어 기후위기와 농업과 관련되어 관심이 생겨 아주 흥미롭게 발제를 들었는데, 직접 농사를 짓고 계시는 입장에서 기후위기가 큰 문제라고 설명하셨어요. 작년 여름 54일간 장마로 벼가 까맣게 변하고 벼가 다 쓰러져 쌀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고, 폭염으로 인해 농사일을 하는 것이 너무 쉽지 않다고 하시는데 제가 다 속상하더군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셨는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농업 부분에 대해서도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왜 이렇게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은지)
마지막으로 저의 발제! 발제의 제목은 ‘멸종위기에 처한 청년의 이야기’였어요. (사실 이 제목도 비하인드가 있어요. 제목을 ‘기후위기시대, 청년의 삶’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포스터에 ‘멸종위기에 처한 청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넣어놓으셔서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죠.) 담담하게 기후위기 시대 청년인 제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고,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나갔죠.
25명 남짓한 참가자들에게 저의 이야기와 자료 조사한 내용, 그리고 우리가 행동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가더라고요! 사실 어딘가에 소속되어 발제를 한다는 것은 매우 설레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청년기후긴급행동이라면 더더욱이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요!
주저리주저리 저의 이야기가 너무 길었는데, 저는 이제 제가 마지막에 한 말들을 인용하며 이 기고문을 마무리하고자 해요. 제가 아주 인상 깊게 읽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에서 발행한 '기후위기의 과학적 사실'이라는 자료의 마지막 문단인데요.
"현재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선택한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서는 ‘미래가 어떻게 될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자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지금처럼 살다가 파국에 이를 것인지, 아니면 깨달은 바를 실천하며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존 정치권력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시민은 민주적 의사 표시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시민의 정치적 의지만이 사회를 바꾸고 기후위기를 벗어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집단의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정치인들과 기업들을 변화시켜 2050 탄소중립과 1.5도 제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시민이니까요. 저는 우리가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단호한 태도를 가지고 함께 힘을 합쳐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긴급한 이 시대에 각자의 행복을 잘 지키시길.
모닥 불씨 | 김동희
안녕하세요 여러분! 청년기후긴급행동 운영위원 김동희라고 합니다. 운영위원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운영위원’이라는 사실이 저는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네요. 책임감도 생기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더 자주 만나고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 @kimdong_b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