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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닥 Sep 25. 2021

너에게 보내는 편지

미어캣의 모닥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지금 그곳의 날씨는 어때? 또 어디에선가 숲이 불타고 있진 않을지,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지는 않을지. 혹은 너무나 뜨거운 나날들 일지.. 그곳의  날씨는, 사람들은, 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가끔은 눈을 감고 그 모습들을  상상하기도 해.


지금 이곳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바이러스가 나타나 세계로 퍼지고, 많은 이들이 아프거나 죽어가고 있어. 약하디 약한 고리들이 속절없이 끊어져 버리고, 사람들은 고립되어 가고, 절벽 끝으로 몰려 사라지고 있어. 세상은 많은 이들의 고통과 불안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 이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착취하고, 소비하고 있어. 그들은 어쩌면 타인의 고통과 불안을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고 이 땅 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 엄청난 비와 불꽃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갔어. 많은 죄 없는 생명들도 함께. 가뭄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해진 사람들은 옆 나라로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고 벽을 넘고 있어. 옆 나라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오는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지. 아이만이라도 살라고 벽 너머로 아이들을 던지다가, 철조망에 끼어 아이들이 피를 흘린대.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우리가 과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전혀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봐. 어쩌면 나의 이름이었을 수도 있을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봐. 그 사람들을 위해 지금 당장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어. 굴뚝의 검은 그을음 같은 그림자가 우리 모두를 삼키지 않게, 용기를 내서 붉은 페인트를 뿌리며 누군가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어. 그 외에도 계속, 나는 세상에 나가서 이것이 문제라고 이야기를 해. 사람들을 붙잡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얘기를 해. 힘이 닿는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지만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 사실 지금은 알 수가 없어.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이대로 계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 하지만 내가 어딘가에 있을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닿을 것이라는 믿음처럼,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해도 나는 계속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것 같아. 계속 세상을 관찰하다 보면 느리고 느리게, 자신의 갈 길을 가는 달팽이처럼 이 세상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아감을 믿는 것이겠지.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기서 열심히 외치고 있는 건 수많은 동료들 덕분이기도 해.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나아가려고 해.


우리는 공간 속에서 시간 속에서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너와 만나게 되겠지. 나의 이 편지도 시간을 넘어 너에게 닿겠지. 그때의 너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 세상은,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까지 나는 이 세상에서 이름을 부르기를, 말하기를,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게.

그것만은 확실히 약속할게. 너와 만나길 고대하고 있어. 그때까지 잘 지내.



믿음과 희망을 담아, 2050년의 에게





모닥 불씨 | 미어캣

 https://www.instagram.com/meercat08/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여기저기 활동가. 페미니즘, 채식,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양이 모모, 코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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