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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닥 Sep 25. 2021

사실은 나도 그린워싱을 하고 있었던 것이야

허지운의 모닥

We Wash Greenwashing.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자체 제작한 짧은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에 대해 말하면서 그에 맞는 행동은 하지 않는, 녹색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녹색이 아닌 것들. ‘그린워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항상 뒤따라오는 생각이 있다. '나도 그린워싱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친환경 녹색경영을 하겠다고 광고함과 동시에 석탄발전소도 건설하는 기업.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필요에 따라 자가용도 사용하고,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식품도 소비하고, 일회용품도 사용하는 나. ‘나의 삶이 그린워싱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전과 달라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의 가족은 식품 관련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많은 과정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해야만 하고, 모든 음식은 항상 모자라지 않게 넉넉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그 일을 돕고 있다. 가족의 생계수단이니까.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일회용품 사용이 너무 많아.”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계란은 문제가 많아.”


문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해?”

“그럼 결국 자연인으로 살자는 말이야?”


대부분의 경우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고,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지금 당장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문제 제기는 포기하자’라는 생각에 빠진다.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계속해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어렵고 싫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또 타협하게 된다. 


우리 가족의 생계수단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꽤나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고, 그 비용은 온전히 가족들이 감당해야 하고, 하루하루가 바쁜 관계로 이런 이야기를 할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들다. 불편하게 50년을 사느니 편하게 20년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항상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들을 글로 적으며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명쾌한 답변이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나의 행동이 후세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라면 오늘만 사는 인생을 살아도 문제가 없겠지만, 어린아이들도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내가 오늘만 사는 인생을 사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가깝게는 나의 어린 조카들, 조카의 친구들, 좀 더 확장하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 세계의 어린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내가 망쳐놓아서는 안되니까.


결론도 없고 글도 엉망인 것 같지만, 나의 어린 조카들과 다른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덧붙임 말)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런 감정을 느낀다. 다급함을 직접행동으로 과감하게 옮겨준 것에 대한 고마움,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이런 목소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 직접행동에 대한 동기부여 등. 최근 진행 중인 대한민국 첫 ‘기후재판’을 지켜보며 이런 감정들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옆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이곳에 남기고 싶다.






모닥 불씨 | 허지운 

안녕하세요!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리는 것이 영 어려운 허지운입니다 

인스타그램 @heo_ji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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