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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환 Jan 01. 2019

2# 자본vs노동, 그 힘의 균형점 '민주주의'

청년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모두의 정치'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는 필수요건이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옷과 인체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한 식량,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저장하고 관리하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할 집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라 하여 생필품이라고 말한다. 또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있으면 매우 편리한 세탁기, 부엌칼, 전자레인지, 냉장고, 에어컨 등 다양한 편의품들도 존재하며 이것들을 통해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부유한 정도를 뜻하는 국부(國富)란 곧 생필품과 편의품의 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생필품과 편의품을 합쳐서 상품이라고 하며 풍부한 상품의 양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그럼 이러한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자원이 필요하다. 자원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이며, 자원을 가지고 상품을 만들 생산시설이 필요하다. 이 둘을 합쳐 자본이라고도 하며, 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물적 요소에 해당된다. 그리고 필요한 또 하나는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이 있더라도 이를 가공하여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며 상품을 만들기 위한 인적요소에 해당한다. 즉 물적 요소인 자본과 인적요소인 노동이 만날 때 다양하고 유용한 상품들이 생산된다.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물적 요소인 자원(자본)은 누구의 것인가. 토지, 물, 광물, 나무 등의 자원은 어느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태초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들이다. 태초에 주인은 없었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따라서 모든 인류의 역사에는 이러한 자원을 소유하기 위한 전쟁과 내란을 겪게 되고 승자와 승자를 도운 이들이 자원을 독점하게 된다. 과거 왕과 귀족이 바로 승자들이다.  

   

 이제 승자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생필품과 편의품을 만들기 위한 노동력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이 노동력은 백성들이 제공하며, 왕과 귀족이 소유한 자본에 백성이 가진 노동력이 더해져 생필품과 편의품이 생산된다. 하지만 생산된 생필품과 편의품의 대부분은 자본을 소유한 왕과 귀족이 가져가며 노동력을 제공한 백성은 일부만을 가질 수 있었다. 노동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자본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자본과 노동력으로 생산된 상품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으므로 자본을 소유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지배하게 된다. 자본은 소수에게 주어지고 노동력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인류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마르크스는 인류사회의 흐름을 이렇게 정의했다. 인류사회에서 발생하는 계급투쟁은 결국 자본의 소유를 통해 지배층이 되기 위함이며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과 불합리함에 각성한 다수의 노동자가 현재의 체제를 뒤집기 위한 봉기로 이어져 새로운 계급관계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다만 그것이 현재 누구 인가일 따름인 것이다.


 노예제 사회에서는 주인이 지배층이었고 노예는 주인에게 종속된 노동자였다. 봉건제 사회에서는 땅 주인인 영주가 지배층이었고 땅을 빌려 부쳐 먹고사는 영노가 노동자였다. 그리고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 소유주가 지배층이고 이에 소속되어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가 피지배층이 되었다. 즉 인류사에서의 지배관계는 생산기반, 즉 자본을 소유한자와 생산기반에 소속되어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로 분류되며 어느 시대나 명칭만 다를 뿐 이러한 지배관계는 변함이 없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봉건제 이후 등장했으며 자본주의는 과거와 같이 지배층에 종속되어 인권유린과 노동 억압을 받던 시대와는 달리 피지배층에게 제한적인 자유를 돌려주었다. 노동자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어도 내 의지대로 노동력을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선택할 수 있고 싫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음으로 본질적으로 계급관계에서 벗어났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제한적인 자유라 말한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많은 생필품과 편의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인류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는 전쟁을 통해 지배층이 되어 자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다수가 선거를 통해 통치자를 선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다. 과거는 지배층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모두 쥐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분리됨으로써 상호 견제를 하게 되었다. 다수인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을 선출하고 정치권력은 다수의 지지가 있어야만 집권할 수 있으므로 시민들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 기업 소유주인 자본가는 시민으로부터 노동력을 값싸게 사서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싶어 하지만 자본가는 정치권력에 의해 통제를 받으므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즉 정치권력과 자본가 그리고 시민은 서로 힘의 견제를 이루게 되었다. 시민은 먹고살기 위해 기업에 소속되지만 한편으론 정치권력을 선출하는 주체이므로 정치를 통해 기업을 간접적으로 견제한다. 즉 이들 3 주체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견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다수인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만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발생한 제도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어우러진 현재는 이상적인 체제일까. 자본주의 하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현 체제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자본주의는 인류사회에 많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삶이 풍요로워지면 사람들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 사람들은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가진 자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분배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즉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문 제기다. ‘상품의 생산을 위해 헌신한 것은 노동자들인데 자본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부를 자본가가 가져가는 현재 구조에 대한 불만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삶을 풍요롭게 만든 주체인 자본가들을 옹호하는 이들과 모든 자본은 노동력이 있어야만 상품으로써 가치를 가지므로 노동자가 대우받아야 한다는 견해 차이다. 정치권력은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만 집권할 수 있으므로 정치인들도 이러한 두 갈래의 견해 안에서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좌파와 우파 혹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늘날처럼 법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운영하는 체제를 법치주의라 한다. 법은 사회적 합의이므로 법으로서 사회를 통치하는 법치국가에서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 곧 권력을 갖는 셈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가지기 위해선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지지해주어야 하므로 시민이 곧 정치인들의 주인이 된다. 하지만 정치인도 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그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정치신념과 경제철학이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자신이 가진 신념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고자 하며 자신이 집권했을 때 어떠한 정책을 펼지 공약을 내세워 시민들에게 표를 호소한다.


 신념은 좌파 논리와 우파 논리 그리고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한 중도까지 3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중도는 명확한 색깔이 없으므로 대게는 좌파와 우파 두 가지로 분류되며, 따라서 정치인이나 시민 모두 둘 중 하나의 입장에서 서로를 지지하거나 견제한다.     


 본디 정치라는 것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있으나 그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풍랑과 파도를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각자가 가진 소신대로 행하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목적지에 도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가 마땅치 않으면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의 질책을 받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선 반대편에게도 배를 운항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 논쟁하고 보완하다 보면 궁극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해나가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정답을 알 수 없는 정치에선 나와 생각이 다르다 하여 비난할 필요도 없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설령 내 생각이 옳은 것 같더라도 다른 입장에 있는 이들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회이므로 다양한 입장들을 이해하고 내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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