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아이낳기'를 포기한 걸까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입니다. 그리고 jtbc에서 기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4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는데, 그 때는 "지역이 소멸된다"는 주제로 기사를 썼습니다. 젊은이가 빠져나가고 지역이 공동화되고 그래서 '부산'이라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조차도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10년이 지난 지금 저는 합계출산율 0.72의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기사를 쓰곤 (혹은 보곤) 합니다.
저와 마음이 맞는 기자들, 그리고 공기업,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이 모여 "한국 사회에선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1년 여 간 토론한 기록을 남깁니다. 저희 중엔 결혼을 한 친구도, 아이를 기르는 친구도, 비혼을 결정한 이도 있습니다.
저희도 궁금합니다. 왜 한국인들은 멸종위기종이 된 것인지, 저출생이 현상이고 그것이 문제라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과연 어둡고 불투명하기만 한 것인지,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부동산이 문제인지 사교육이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내 인생만 고달프고 힘든 줄 알았는데, 사실 다 그렇게 살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저출생이 왜 문제야
2023년 4분기 출산율은 0.65 라고 합니다. 심각하다고 하더군요. 경상북도는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 볼까요. 제 나이 서른 넷. 결혼을 한 친구가 안 한 친구보다는 조금 많습니다. 결혼한 친구들 중에선 절반 정도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보면 0.65~1 사이의 출산율은 얼추 한국 사회를 반영한 듯 보입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는 '저출산은 위기가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프레이밍의 문제라는 겁니다. 인구가 1000만 이상의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의 인구 밀도가 세계 3위, 대만이 2위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한국에 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구의 1/4이 수도권, 서울에만 몰려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지나치게 좁은 곳에서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체감하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 과잉 경쟁을 하며 살아가기에 개체로서의 생존을 위해 저출생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한민 교수는 따라서 저출생을 저출생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구 정상화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새들도 자원이 풍족한 해에는 낳은 알들이 대부분 부화하고 성체까지 자라지만 반대로 자원이 부족하면 부화도 안 되고 키우는 과정에서 죽는 새들도 많아진다"면서 한 개체 입장에서 ‘낳아봐야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새끼를 낳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70대의 노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생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이 힘든 선택이 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상의 '세대 파업'
어떤 노동자에게 너무나 많은 일을 시키면, 노동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갈아넣다가 어느 순간 도망치거나 못하겠다고 멈춥니다. 사용자는 다른 노동자를 구해보지만 이 노동자도 못하겠다고 손을 들어버립니다. 국가나 사회가 요구하는 가족 단위의 개념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사실상 20대와 30대가 가족을 꾸리는 일을 포기했는데 국가는 자꾸 월급 더 줄게 라고 합니다. 사실상의 세대 파업인데 마주 앉아 이야기할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너무 힘들었구나 너한테 안식월을 줄까, 안식년을 줄까 아니면 업무 강도를 조금 줄여줄게 라고 말하지 않고 월급 더주는데 왜그러냐 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국가를 이끄는 60대 지도자들이 솔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저출생은 현상이 아니라 세대 파업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봐야 합니다. 아 업무 강도가 너무 쎗나, 출근 시간이 너무 빨랐나, 혹은 회사에서 티타임이라도 늘려줄까, 다시 가족 단위의 구성원으로 사회 체제 안에서 복무한다는 건 없을 겁니다.
위 글은 삼성언론재단의 언론인 연구 모임 지원사업에서 출발했습니다.
박성제 연합뉴스 기자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