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걱정과 싸우는 나

by 조가

18장. 걱정에 대하여 — ‘혹시’와 ‘만약’의 그림자

걱정은 조용히 다가온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곁에 앉아 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괜찮은 거야?”

그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 나는 이미 수백 가지 가능성 속에 빠져 있다.

생각이 많다는 건 미래를 준비하는 걸까, 아니면 현재를 무너뜨리는 걸까.

어쩌면 걱정은 내가 만든 그림자이고, 그 그림자에 내가 스스로 갇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또 이렇게 말하게 된다. “혹시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 ‘혹시’와 ‘만약’의 언어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간다.

이 장은 생각이 많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들, 걱정이 많아 삶을 주저하는 이들

그런 당신에게 보내는 이야기다.

우리는 함께 묻는다. 걱정은 어디서 왔고, 왜 나를 따라다니는가.

그리고 나는 그 걱정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19장. 멈춰 있는 마음 위에 앉은 바람

가끔은 마음이 멈춰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몸은 그대 로고 생각만 빙글빙글 돈다.

움직이지 않는 마음 위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게 맞는 걸까.’ ‘괜찮을까.’ ‘이러다 무너지면 어떡하지.’

그 바람은 지나가기도 전에 내 안에 머물며 뿌리를 내린다.

나는 그 뿌리를 뽑지도 못한 채, 그 위에 또 다른 생각을 얹는다.

어쩌면 걱정이란 멈춘 마음 위에 계속 쌓이는 먼지 같은 걸지도 모른다.

닦아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 시야를 가려버릴.

그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보는 것.

생각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스쳐가는 바람’으로 받아들이는 것.

바람은 머무르지 않는다. 내 마음 위에 앉아 있던 그것도 결국은 지나간다.

당신의 마음 위엔 지금 어떤 바람이 머물고 있나요?


20장. 고요한 척, 마음은 떠들고 있었다

겉으로는 조용하다. 아무 일도 없는 얼굴. 익숙한 표정, 흔들림 없는 말투.

하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끊임없이 웅성거린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러는 걸까?”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생각 속에서 계속 재생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생각을 멈춰야 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하지만 그런 말이 더 나를 죄이다.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나’는 또다시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고요한 척하는 삶 속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나를 감추며 살았을까.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그 누구보다 조용히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그 마음을 위로해 줄 사람은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 자신 뿐일지도.

당신은 오늘 당신의 마음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었나요?


21장. 나의 상대는 나였다

나는 오랫동안 싸워왔다.

상황과 싸우고, 타인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환경을 탓하며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결국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나를 의심했고, 내가 나를 미워했고, 내가 나를 가로막았다.

“왜 넌 이것밖에 못해.”

“다른 사람은 다 잘하는데 너는 왜 항상 이 모양이야.”

“좀 더 잘할 수 있었잖아.”

이런 말들을 남이 한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했다.

나는 내가 만든 기준에 스스로를 가두고, 내가 만든 두려움 속에서 발버둥 쳤다.

그리고 그 괴로움의 원인을 세상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진짜 상대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

말없이 나를 깎아내리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이제는 그 상대와 싸우는 대신 이야기해보려 한다.

왜 그렇게 아팠는지, 왜 그렇게 나를 몰아붙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당신은 당신과 싸우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나요?


22장. 결국엔 나 자신이 제일 소중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나서야 알게 된다.

애쓰던 관계, 남들의 시선, 불확실한 미래—그 모든 걱정들 너머에 가장 지켜야 할 존재는 바로 ‘나'였다는 걸.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세상을 이해하려 애썼고, 사람들과 잘 지내려 마음을 다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자주 뒷자리에 두었다.

상처받은 날에도 억지로 웃으려 했고, 벼랑 끝에서도 스스로에게 “괜찮아야지”라고 다그쳤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게 무너진 듯한 어느 날 남아 있는 것은 지친 나 자신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타인을 이해하는 것도, 세상을 견디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기반이 건강할 때 가능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하려 한다.

조금 더 나를 믿고, 조금 더 나를 아껴주려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다면 행복해요.

5부 에필로그 — 폭풍이 지나고 나니 고요했다

한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졌고, 한밤중에 끝없는 생각에 잠을 설쳤고,

마음속엔 늘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고, 걱정이 너무 커서 나 자신이 작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지나 나는 여기까지 왔다.

무언가를 완전히 극복한 것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다.

그저 그 폭풍 같은 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보게 되었다.

걱정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생각은 여전히 많지만 예전처럼 나를 집어삼키지 않는다.

나는 이제 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 남아 있는 존재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고요하다.

그 고요함은, 폭풍을 견뎌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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