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바나나’와 ‘콘돔’이 문제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이 문제
최근 전남 담양의 한 고등학교에서 바나나에 ‘콘돔 끼우기 연습’ 성교육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남녀공학인 이 학교 성교육 담당 교사가 피임에 관한 교육을 ‘콘돔’과 ‘바나나’를 이용해 실습하려 했던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항의로 중단한 것이다. 항의한 학부모들의 반대 이유는 남녀공학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곳에서 성교육을 하려다 되려 성적 호기심 등으로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올바른 ‘콘돔’ 사용이 성적 호기심과 성범죄를 부추기는 것일까?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n번 방’이나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성교육으로 성범죄자가 된 걸까? 필자 생각에는 그게 아니라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잘못된 성교육으로 인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청소년들은 ‘콘돔’ 사용법을 가르쳐 주기 이전에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인데 무엇인 더 성적 호기심을 부추긴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되려 시대에 뒤 떨어진 이론적인 성교육이 아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성교육으로 기성세대 성문화가 교실서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성범죄 등은 이미 학교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교육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n번방’과 같은 성범죄에 대해 10대 남성의 성범죄는 왕성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실수’로 여기고, 10대 여성의 ‘일탈’은 ‘문란함’으로 비난하는 풍토의 기성세대의 유산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과 문화가 ‘n번방’과 같은 성범죄 사건을 낳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실에서 남자애들이 또래 여학생의 사진을 보면서 성적인 발언을 할 경우, 이를 불편하다고 말하면 ‘선비’라며 놀린다. 그때 동조하고 묵인하는 분위기가 남자애들을 성범죄에 둔감하게 만든다”
“남자애들이 너 좋아해서 그런 거야”, “네가 예뻐서 그래” 이런 말들이 성폭력을 묵인하고 조장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케케묵은 방식의 성교육을 뒤집지 않는 한 수많은 ‘n번방’ 동조자, 성범죄자가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인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도 보통 중학교 3학년부터는 ‘콘돔’ 실습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것은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성지식 습득, 협상과정 훈련, 성적 자기 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를 위한 것이다.
이미 청소년들은 형식적인 성교육인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 착상, 임신 등의 교육은 다 아는 지루한 교육이 되어버린 지 오래여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을 원한다는 것이다. 교육 자체가 이론적이고 지루하다 보니 청소년들은 그 호기심을 오히려 인터넷에서 잘못된 영상을 접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통한 그릇된 성의식이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내 몸은 내가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전통적인 성교육은 여성 혐오와 강간 문화에 바탕을 둔 최근의 성범죄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성범죄를 또래문화 속 권력관계 또는 놀이 정도로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교육이 안착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인지 감수성·성별 혐오까지 다룬 포괄적 성교육 토론장이 조성되어야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성의식을 갖출 수 있게 도움될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1970년부터 성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하여 1992년부터 의무교육으로 강화하였고, 성교육을 주제로 한 발표수업,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의사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교육하는 등 가정과 학교・지역의 병원까지 사회적으로 연계된 성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최초로 만 4세 이상 유아의 성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다. 스웨덴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학교 성교육을 반대할 수 없다’라고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며, 연력에 따라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분해 놓은 성교육으로 청소년들은 정확산 성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물로 배포하는 콘돔을 학생들이 쉽게 구하고, 의사 처방 없이 피임약도 구입할 수 있지만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관과 교육을 병행하기 때문에 도리어 왜곡된 성 의식을 가진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교과목은 성평등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교재에 건설현장 엔지니어는 남자가 아닌 여성이고, 아빠가 아기 기저귀를 갈고 있는 사진 등이 실려있다).
프랑스는 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외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고, 이론 수업이 아닌 실습과 참여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부 차원에서 안내서를 제작하고, 성소수자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피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책임감과 예방에 대한 필요성, 음란물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여학생과 남학생의 평등을 장려하는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에 맞게 성교육도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성인지 감수성·성별 혐오까지 다루는 포괄적인 성교육 내용이담겨지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 성교육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 아동 성착취 물 사이트를 운영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는 성교육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 사고와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성교육 교사가 잘못이 있다면 실제 보형물이 아닌 ‘바나나’를 사용한 게 잘못이 아닐까? 먹는 걸 가지고 장난(?)을 쳤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