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며 얻은 깨달음
현재를 보는 너, 미래를 걱정하는 나
그래, 어디 맛 좀 보아라. 내가 주는 분유 맛이 그리 좋더냐!
여기에 무얼 탔을 줄 알고 덥썩 잡아들고 받아 먹는 것이냐.
물론, 분유에 유산균만 조금 탔을 뿐이란다.
네가 하도 달라고 아우성에 강성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수유 간격 못 맞추고 내민 거니까 잘 받아먹거라.
아가, 너는 단순해서 좋겠다.
미래의 커리어, 먹거리, 집값, 물가를 생각하며 암담해하고 있는 나와 달리,
너는 당장의 먹을 것에, 엉덩이 찝찝함에만 관심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한 치 앞도 몰라서 한 치밖에 못 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겐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어 어찌보면 다행이다.
'걱정' 이라는 개념조차 없겠지만...
체감은 못하겠지만 어쩌면 체감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겠구나.
이런저런 걱정 따위,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인데 벌써부터 불안해하면 무슨 낙으로 살까.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너에겐 중요한 것은
끼니 때마다 입에 물려주는 달콤한 분유,
새 기저귀의 뽀송함,
피곤하고 졸릴 때면 두 팔 벌려 안아주는 팔과 따뜻한 품,
심심할 때 앞에서 온갖 재롱을 부려주는 너의 보호자
오직 이런 사소한 것들 뿐인데,
그 사소한 것에도 너는 행복하고 만족해할 줄 아는구나.
쓸데없는 욕심 부리지 말고 나도 너처럼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
적게 소유하는 삶
좁은 곳에 새로운 걸 들이려면 옛 것을 과감하게 비워야한다.
출산하기 전에 옷, 신발, 화장품, 가방을 싹 재활용 업체에 연락해 정리해버렸다.
몇 번 신지도 않은 구두,
코로나19 확산기부터 점차 그 횟수를 줄여버리다 못해 1년에 5번도 안 하는 화장,
체형이 변해 더는 맞지 않는 옷,
사고 나서 서랍에 방치해서 곧잘 들지 않는 가방 등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왔나?
수틀리면 이렇게 내 손에서 떠나보낼 것들이었는데.
아이 물건으로, 옷으로 채우기 위해 내 것을 과감하게 내던져버렸다.
적게 소유하고도 3개월째 무난하게 잘 살고 있으니 아마 그것들은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한 것들이 아녔나보다.
낡고 해졌어도 걸레짝이 되도록 쓰고 있는 수건처럼 앞으로 지금 남은 내 것들을 아껴야겠다.
남편이 야근하고 내가 독박쓰는 '육아' 라는 전쟁터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주부라고 집에서 노는 게 아니라 매일 새로운 인생 면면을 경험하고 학습을 쌓는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가 불안해도, 지금 내가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쓸데없이 욕심이나 객기부리지 말고, 현재 상황과 아이와 가족과 건강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