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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Apr 11. 2024

주말부부 임산부의 출산 준비

중고물품 구하기 쉽지 않네!

따지고 보면, 세상만사 많은 문제는 돈이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육아만 어디 템빨이던가.

임신 중에도 ‘임산부+물품명’ 검색하면 상품들이 쭉 나온다.

새상품을 사느냐, 중고물품을 사느냐는 사실 개인 판단의 몫이다.     

타고나기를 서민층 흙수저였기에,

모든 물건을 다 새것으로 장만하기엔 무리가 있다.

요즘엔 새 상품급인 중고물품도 많고, 거래도 활발하다.     

중고거래하는 지인들은 왕왕 보았지만

실제로 이 현장에 뛰어드는 건 처음이었다.

제 물건을 버렸으면 버려봤지, 

팔아본 적도 사 본 적도 없던 나의 첫 중고물품 구매는 출산, 육아용품으로 시작했다.

‘이제서야 중고거래 시작했느냐?’고 묻던, 첫아이 양육 중인 직원 하나.

솔직히 그동안 필요성을 잘 못 느꼈는데...

부모의 길로 들어서고 나니 왜 이리 제 돈 주고 사기 아까운 물건들이 많은지!

그간 너무 쉽게 새 물건만 고집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카라쿠베당토’라는 말 안에 들어있는 기업 중 하나,

요즘 많이 쓰고 있는 중고 플랫폼을 얼마 전에야 가입했다.

GPS로 동네 인증을 해야했고 필요한 물품을 찾아 키워드 알림도 설정했다.     

안타까운 점 하나는 평일 대부분엔 몸이 타 지역에 묶여있다는 것.

더구나 그 지역은 인구소멸지역이나 다름없는 오지라는 것.

인구 자체가 적거니와, 

가임 가능 인구는 턱없이 적고,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곳.

물건을 팔 사람도, 살 사람도 별로 없는 임신, 출산, 육아 불모지.

웬만한 수도권 도시보다 면적이 큰 이 지역엔 산부인과조차 없다. 

길가로 나서면 보이는 행인은 거의 없고, 있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다수.


집 근처에서 직장을 다녔더라면, 

퇴근 이후에라도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조금 더 빨리 구했을텐데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

출산 예정일을 한참 남겨두고 조금씩 쟁이기로 결심했다.

거래가 가능한 일정은 어쩌다 집에 가는 주말뿐.

많은 물건을 일제히 다 사기엔 한정적인 상황이다.

더구나 구할 수 있더라도 무거운 물건은 어불성설이다.

만삭이 다 되어가는 임산부라서!     


그러면, 남편은 뭐하냐고? 프로 야근러!

근무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본인과는 달리, 만성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다.

그래도 주말에는 거래를 잡으면 짐 들러 같이 돌아다녀주고,

새것으로 사야하는 물건은 아기용품샵 가서 결제도 해준다.

솔직히 둘 다 임신, 출산, 육아가 처음인 초보 엄빠이기에

남편도 뭘 도와줘야 하는지 경험이 없고,

나 또한 머릿속으로 잡히지 않으니 되는대로 찾아보고 대응하는 중이다.     

최근 한 달을 이런 식으로 보냈으나 여전히 물건은 태부족이다.

그나마 유경험자들이 정리한 출산 준비물, 영상 등을 참고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쯤 겪어보고 나니 드는 생각.

아이 낳는 게 정말 쉽지 않고, 금전, 시간, 체력까지 많이 드는구나!

낳고 나면 육아과정은 더 힘들텐데...

이러니 다들 안 낳겠다, 저출생이다 하는구나 싶었다.     

근래에 주 52시간도 완화해서 근로시간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절대 안 될 일이다.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생각을 해야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부모가 걱정없이 낳고, 돌볼 수 있게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차적으로 시간 확보가 우선이다.     

부차적으로는 임신 중에도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필요해보인다.

병원비는 임신출산바우처로 지원받고 있긴 하나, 

그마저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초반에 건강보험 비급여인 입덧약으로 거의 다 쓰는 바람에!

이왕이면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 공과금(전기, 수도)도 깎아주고,

임산부 안전벨트 등 필요한 물품 지원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

치솟는 물가에 지난 겨울에 난방도 잘 못떼고 살았다.

조금만 켜도 확 오르는 요금이 너무나 무서워서. 

지역차별 없이 좀 진행해줬으면 얼마나 좋은가.     


직장에서 출산 예정일 조금 남기고 출산휴가를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는데,

주말부부 특성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몸은 나날이 무거워지고, 체력이 점점 저하되는데

변변한 산부인과도 없는 이 오지에서 버티라고?

그러다 양수라도 터지면? 응급상황이라도 생기면?

그나마 1시간 걸리는 인근 지역 종합병원에 가더라도,

전공의도 파업으로 난리치는 판국에 진료까지 거부될까 너무 무섭다. 

하여, 산후 45일 이상이라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선에서 일찍 들어갈 것이다.      

조금이라도 몸이 움직여지고 괜찮을 때 

열심히 중고마켓 파밍을 해서 A급 상품을 얻어야지.

고작 한 달 정도 남았다. 조금만 버텨야지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태어날 아이를 편안히 내 품에 안기 위해서.     


#주말부부 #임산부 #출산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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