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 투병 중 한 달 식단관리
요즘 나의 주식은 채소로 가득 차 있다.
10kg 넘게 뺐던 다이어트 할 적에도 이 정도로 먹진 않았다.
생애 첫 임신에서, 공포의 임당검사 2번을 통과하지 못했고
결국 임신성 당뇨 확진을 받아 투병생활을 한 지 어언 한 달째.
하루에 네 번씩 손가락에서 채혈하여 혈당체크를 해왔으니
벌써 120회나 채혈용 바늘을 찌른 셈이다.
만약 내가 동화책 ‘잠자는 숲속의 공주’ 주인공이었다면
몇 번이나 잠에 들고도 남았을 횟수다.
식단, 운동관리를 해보고 나서야
세상의 온갖 맛있는 음식들은 혈당을 확 높이는 걸 체감하게 됐다.
안타깝지만 출산 이후까지는 안녕이다.
순대, 떡볶이, 아이스크림, 망고, 짜장면, 짬뽕이여.
내가 사랑했던 음식들아...
나는 당분간 강제 비건, 베지테리안의 삶을 살아가련다.
오늘부터 나는 채식 요리사
그간 귀찮으면 간편하게 요기를 해왔는데,
채소 위주로 먹으려면 조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양배추처럼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매 번 샐러드만 만들어 먹을 수 있겠는가.
매일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건 고역이다.
하여, 드레싱도 바꿔보고, 먹는 채소류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때로는 에어프라이어로 익혔다가,
참기름, 맛간장 붓고 살짝 볶아도 보았다가,
통밀빵 안에 가득 넣어 토스트로도 만들어 먹어보았다.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이라,
전일제로 일하면서 아침, 저녁을 요리해 먹는 게 참으로 번거롭다.
설거지도 귀찮고, 음식물 쓰레기 부산물도 상당히 발생한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요리가 취미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왔던 내게 요리는 고행이다.
그저 살기 위해서, 임신 중독증에 안 걸리기 위해서,
무책임하게 굴었다간 뱃속 태아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잠시 희생하는 마음으로 채소 요리에 임하고 있다.
코끼리는 왜 포악하지 않을까?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면
초식동물들은 종일 풀만 질겅질겅 씹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땐 무심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았으나
그게 지금 내 모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뱀이 먹이를 먹듯 꿀꺽- 하고 삼킬 수 없는 게 채소라서
천천히 저작운동을 하며 먹다보면 적은 양으로도 배가 금방 찬다.
그리고 금세 허기진다.
배고파서 못 잔다는 개념은 나한테 없었는데
요즘은 잠들기 전 꼬르륵 소리가 왕왕 울려퍼진다.
결국 참지 못하고 우유라도 한 컵 들이키고 나서야 소리가 멎는다.
초식동물 중에서도 코끼리는 체급도 크고 식욕도 왕성하여
하루 섭취량이 상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먹는 만큼 푸짐한 양을 배설물로 배출한다.
평소 변비나 배변 관련 문제를 겪을 일이 적었던 본인은
임신 후 철분제를 먹기 시작하면서도 크게 곤란한 적이 없었는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먹게 되면서 화장실에 더욱 빈번하게 들르게 됐다
혹시라도 변비를 겪고 있는 이가 있다면 부디 추천하건대,
삼시 세끼 모두 양배추 요리를 먹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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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채식 섭취의 위험성’ 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뒤집어보면 채식의 장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소화가 잘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며,
적은 양으로도 배가 불러서 지나치게 살이 찌지 않는 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서 먹으면 미묘하게 다른 맛이 난다.
무사히 임신 초반을 넘기고,
가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 중반부를 지났고,
이제는 막달 검사를 앞둔 임신 후반부가 되었다.
굽고 찌고 튀겨보고 계란물도 입혀보는 등 다채롭고도 번거로운 과정을
꾸역꾸역 일상 루틴으로 버텨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예쁜 아이, 무사히 만나겠지.
아가야,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너를 위해 내일도 지겨운 채식을 버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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