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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마음껏 상상하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크리스 반 알스버그, 미래아이>

요즘 그림책을 읽으면 그 느낌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림책이 일상이 되어 익숙해진 탓이다. 오래 전 마음에 닿는 그림책을 접했을 때의 충격적인 신선함을 이젠 쉽게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런 내 마음에, 여전히 읽을 때마다 놀라움을 안겨주는 작가가 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

그는 여러 작품들에서 독특한 화풍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흑백으로 표현된 놀랍도록 정교한 그림, 안개처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묘사는 책을 펼칠 때마다 책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준다. 그 책 속 세상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꿈과 환상의 세계다. 너무나 놀랍고도 신비로우며, 몹시도 매혹적이라 끌려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반전의 묘미까지!

<쥬만지>, <자투라>, <폴라 익스프레스>로 널리 알려진 작가지만, 그 외의 그림책들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그만의 색깔이 있다. <압둘 가사지의 정원>, <해리스 버딕의 열네 가지 미스터리>에도 기묘하고 아름다운 그림들 너머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의 책들 중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를 소개한다.


이 책은 몹시도 까다로운 치과의사 비보 씨의 이야기다.

결벽적인 깔끔함과 엄격함이 예사롭지 않은 남자, 따뜻한 감성이라곤 전혀 없이 탐욕스러워 보이는 모습이 비보씨의 첫 인상이다. 냉정하고 예민한 주인을 둔 탓에, 비보씨가 키우는 개 마르셀은 마음대로 짖지도 못한다. 어느 날, 비보씨는 이가 아픈 한 할머니를 치료해주게 되는 데, 할머니는 돈이 없다며 대신 돈보다 더 특별한 무화과를 주겠다고 말한다. 치료비를 받지 못해 화가 난 비보씨는 할머니에게 약도 주지 않고 쫓아버린다. 잠들기 전 우연히 할머니가 주고 간 무화과를 먹은 비보씨는, 다음 날 자신의 꿈이 실제 현실이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할머니가 주고 간 무화과는 두 개!

남은 한 개의 무화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실현시키고 싶은 비보씨는 매일 부자가 되는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원하는 꿈을 꾸게 된 비보씨는 남은 무화과를 꺼내게 되고......


이 책의 충격적인 결말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대해 찬탄을 하게 한다.

꿈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상상력도 놀랍지만,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결말은 저절로 경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비보씨는 어떻게 될까? 마르셀은? 크리스 반 알스버그에게 후속작을 내놓으라고 시위라도 하고 싶어진다. 꿈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무화과가 나에게 있다면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싶어할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아이들과 신비한 무화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아이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도 몹시 궁금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는 아니더라도, 몇 개의 무화과를 준비해서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어진다.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신비한 무화과를 만나러 상상여행을 떠나면 얼마나 멋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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