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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아이들과 즐겁게

<고구마구마, 사이다 (지은이), 반달(킨더랜드)>

아이들과 그림책을 볼 때, 어린 연령일수록 그림과 글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세상이 신기하고 모든 게 궁금한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책 속 세상에 금방 빠져든다. 

그래서 1,2학년 어린이들과의 그림책 읽기 시간은 더욱 즐겁다. 특히, 사이다 작가의 <고구마구마>는 우리 반 아이들이 참 좋아하던 책이다.

우리 학교에는 학급마다 텃밭이 있다. 작년, 우리 반은 그 텃밭에 고구마 싹을 심었고, 그 싹은 점점 자라서 쭉쭉 줄기를 뻗어나갔다. 마침내 무더운 여름이 지나 덩굴이 무성해진 10월 무렵, 드디어 고구마를 캤다. 힘들여 캔 크고 작은 고구마들을 바구니에 담아 교실로 가져왔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 고구마를 모두 나누어 주고, <고구마구마>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둥글구마, 길쭉하구마, 크구마, 털났구나, 험상궂구마” 등등의 고구마의 다양한 모습과 이름들을 무척 재미있어했다.


특히, 마지막의 방귀 뀌는 장면과 방귀 냄새에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긴다고, 자꾸 또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각자의 고구마에 이름도 붙여주고, 서로 이름 소개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오늘 재미있었구마”, “급식 반찬이 맛있겠구마,” “벌써 공부시간이구마.” 등등 “~구마” 열풍이 불었던 기억도 난다.

올 가을에도 <고구마구마>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책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  “나는 오, 너는 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아무래도 원초적인 것에 즐겁게 반응한다.

“똥, 방귀, 팬티” 이야기만 나오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웃는다. 이 책 역시, 아이들에게 웃음이 팡팡 터지는 즐거움을 주었다.

특히, 책을 읽는 동안 즉각적으로 말하고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이 함께 있어서 더욱 재미있던 책이다. 귀여운 당나귀가 나오는 책의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꼭 기억해. 아주 쉬워! 내가 오하면, 네가 크게 아하는 거야! 알겠지?”

첫 문장이다. 이걸 따라 해보고, 한 장을 넘겨, 오-아를 연습한다. 그리고 나서는 빨강색이 나오면 머리를 톡 치고, 개미가 나오면 “팬티”를 외치는 거다.

이 책의 끝까지 천천히, 약간 능청스럽게 목소리를 조절해가며 읽다보면, 아이들이 자지러진다. 특히, 자기 이름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요절복통, 난리가 난다. 장난꾸러기 아이들 몇몇은 읽고 나서도 자기들끼리 책을 넘기며 “팬티, 팬티”를 외친다.

그림책을 통해 좀 더 가까이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책을 읽으며,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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