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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2021년, 여름

<수박 수영장, 안녕달 지음, 창비>


<2021년 여름>


해마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수박이다.

뜨거운 햇살에 조금 지칠 무렵이 되면, 나는 아이들과 빙 둘러앉아 안녕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을 읽었다.

수박 수영장의 아삭한 시원함을 상상하고, 그림도 그리고 마음껏 물놀이 계획도 세웠었다. 모두 함께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만들었던 수박화채에는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날려 버리는 상쾌함이 가득했다.

여름은 늘 그렇게 톡 쏘는 사이다 속의 수박 향이 느껴지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와 함께 한 지난 2021년의 여름에서 달콤상큼한 과일 향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수박화채 대신 도화지에 그린 커다란 수박 수영장은 웬지 텅 빈 것만 같았고, 마스크를 쓰고 달렸던 운동장의 물총놀이는 마음 한 켠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에게 여름은 ‘수박’이다.

쟁반 위의 수박을 바라보며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 입가에 수박물을 잔뜩 묻힌 채, 화채 그릇에 동동 떠 있던 수박 한 조각을 건네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리운 추억, 빨갛게 투명하던 그 수박이 몹시도 그립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 씨를 심어야 한다.

.

.

.

.


거기 까만 수박 씨 서너 개 고이 누이고

흙 이불 살살 덮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잘 자라라 잘 자라라

조용조용 말해주면 더욱더 좋다.


그림책 속에서 막 튀어나올 듯 생생한 수박!

“수박이 먹고 싶으면”은 농부의 땀방울이 그대로 느껴지는 유리 작가의 그림과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게 되는 김장성 작가의 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작은 수박씨 하나가 잘 영근 수박으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나에게 온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농부의 마음으로 수박을 돌보듯 내가 정성을 쏟고 마음을 다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엄마로서, 교사로서의 내 삶도 수박을 키우는 농부의 삶과 다르지 않다. 잘 자라라 격려해주고, 정성을 쏟되 제가 절로 난 줄 알도록 무심히 모른 척도 해야 한다. 가끔은 쉴 줄도 알아야 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땀 흘려 정성을 쏟은 다음엔 모두와 넉넉히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수박은 아낌없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다.


2021년,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전대미문의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공간에서 땀을 흘렸다. 그 땀은 분명 헛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과 정성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결실을 맺어, 내년 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수박 파티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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