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수박 수영장, 안녕달 지음, 창비>

by 평온


<2021년 여름>


해마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수박이다.

뜨거운 햇살에 조금 지칠 무렵이 되면, 나는 아이들과 빙 둘러앉아 안녕달 작가의 “수박 수영장”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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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의 아삭한 시원함을 상상하고, 그림도 그리고 마음껏 물놀이 계획도 세웠었다. 모두 함께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만들었던 수박화채에는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날려 버리는 상쾌함이 가득했다.

여름은 늘 그렇게 톡 쏘는 사이다 속의 수박 향이 느껴지는 계절이었다.

그런데, 코로나와 함께 한 지난 2021년의 여름에서 달콤상큼한 과일 향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수박화채 대신 도화지에 그린 커다란 수박 수영장은 웬지 텅 빈 것만 같았고, 마스크를 쓰고 달렸던 운동장의 물총놀이는 마음 한 켠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에게 여름은 ‘수박’이다.

쟁반 위의 수박을 바라보며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 입가에 수박물을 잔뜩 묻힌 채, 화채 그릇에 동동 떠 있던 수박 한 조각을 건네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리운 추억, 빨갛게 투명하던 그 수박이 몹시도 그립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 씨를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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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까만 수박 씨 서너 개 고이 누이고

흙 이불 살살 덮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잘 자라라 잘 자라라

조용조용 말해주면 더욱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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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에서 막 튀어나올 듯 생생한 수박!

“수박이 먹고 싶으면”은 농부의 땀방울이 그대로 느껴지는 유리 작가의 그림과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게 되는 김장성 작가의 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작은 수박씨 하나가 잘 영근 수박으로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나에게 온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농부의 마음으로 수박을 돌보듯 내가 정성을 쏟고 마음을 다해야 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엄마로서, 교사로서의 내 삶도 수박을 키우는 농부의 삶과 다르지 않다. 잘 자라라 격려해주고, 정성을 쏟되 제가 절로 난 줄 알도록 무심히 모른 척도 해야 한다. 가끔은 쉴 줄도 알아야 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땀 흘려 정성을 쏟은 다음엔 모두와 넉넉히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수박은 아낌없는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할 것이다.


2021년,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전대미문의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공간에서 땀을 흘렸다. 그 땀은 분명 헛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과 정성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결실을 맺어, 내년 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수박 파티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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