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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 Feb 13. 2024

질투, 그 뜨거움

<여우, 마거릿 와일드 (글),론 브룩스 (그림),파랑새>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강렬한 느낌을 기억한다. 표지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여우와 까마귀, 그 둘의 눈빛은 처음부터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첫 장을 펼치면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하다. 숲이 타오르고 있다. 그 속에서 날렵한 몸짓의 개 한 마리가 검은 까치를 입에 물고 있다. 


독특하고 인상적인 글자의 배치, “큰불로 새카맣게 타 버린 숲을 개 한 마리가 달리고 있었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불길에 날개를 다친 까치는 더 이상 날 수 없다. 절망에 빠진 까치를 간호해 준 개는 자신 역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심스럽게 까치를 위로한다. 이후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매일 이곳저곳을 달리며 까치의 날개가 되어준다.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나고, 개와 까치, 그리고 여우는 동굴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여우는 까치에게 속삭인다.

“나는 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나랑 함께 가자.”

까치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절대로 개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개의 눈이고, 개는 나의 날개야.”


이 책은 분노와 질투와 외로움의 냄새를 담고 있다. 위험한 유혹과 흔들리는 마음이 위태롭게 오고 간다. 그 아슬아슬하고 교묘한 감정의 줄타기가 담담한 문장과 강렬한 그림의 대비로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까치가 되어 여우의 유혹에 흔들렸다. 그리고 문득 여우나 개의 마음으로 질투하고 분노했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너무나 하늘을 날고 싶은 내가, 바람보다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여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도저히 끼어들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홀로 외롭게 남겨진다면 어땠을까? 

까치와 여우과 개, 누구도 함부로 말하거나 비난하기 어려웠다.

특히, 까치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이루지 못할 꿈, 그 절망 속에서 나를 향해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다가온다면... 나는 그 손을 잡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도덕성, 우정과 믿음 등의 중요한 가치들이 어느 순간까지 유효할지 알 수도 없다. 극단적인 양자택일의 순간, 나의 이기적인 욕망을 누르고 이상적인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림책 속 까치의 눈을 다시 바라본다. 깊고도 검은 눈동자, 왠지 무표정하고 멍하게 느껴진다.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흔들리고 있는 자의 눈빛이다.

그와 달리 여우의 눈빛은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너는 어때?”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언젠가는 흔들림 없이 명징하게,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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