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익숙함을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일에
남들과 한 뼘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카카오톡이 그랬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카카오톡이 어색해
업데이트만 해두고 아예 들여다보질 않았다.
그러다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겨 카톡 사진으로
넣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눌러보며
새로운 기능을 알아가다
일흔이 넘은 아부지가 마흔이 넘은 딸보다
카톡의 새 기능을 먼저 익히고 계심을 알게 되었다.
약간의 배신감과(^^;;)
약간의 신선한 마음으로
5년 만에 바뀐 아부지의 카톡 사진을
구경하는데,
잠시 조선시대를 다녀온 듯
신기하기만 하다.
한복 두루마기에 유건을 쓰신 분들과
학술대회를 여시고,
어느 날은 같은 차림으로 초등학생들에게
동시를 가르치시고,
또 어느 날은 아부지 자작 한시漢詩에
유명한 수묵화가선생님의 그림이 더해진 부채까지.
그중 가장 눈에 담긴 사진 한 장이 있어
나의 핸드폰에 담았다.
바로 아부지의 책상 사진이었다.
오래전, 고서 번역 의뢰가 들어와
아주 애먹고 있다는 말씀해 주신 기억이 나는데
아마 애먹고 계시다 답답함이 있으셨을까?
잠시 쉬시다 찍으신 듯하다.
내가 글을 쓰는 재미와 고통을 몰랐을 때는
그냥 지나치던 사진이었는데,
오늘따라 이 사진 한 장이 참
고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