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지만, 낮은 가까이

by 후추
로마서 13장, 새번역

11 여러분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압니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벌써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처음 믿을 때보다 더 가까워졌습니다.
12 밤이 깊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13 낮에 행동하듯이, 단정하게 행합시다. 호사한 연회와 술취함, 음행과 방탕, 싸움과 시기에 빠지지 맙시다.
14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을 입으십시오. 정욕을 채우려고 육신의 일을 꾀하지 마십시오.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며, 희미하게 잊고 지냈던 하나님의 구원을 다시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요즘 들어,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집 밖을 나서며 다가올 겨울 추위가 벌써부터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겨울을 나는 풀들은 땅에 바짝 엎드려 이파리를 줄기에 붙인 채 혹독한 계절을 버텨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찬바람을 피하고, 햇빛을 더 받으며, 땅의 온기를 품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합니다. 낮아질수록 겨울을 견딜 힘을 얻는 셈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납작 엎드린 마음자세로 겨우살이를 이겨내야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회심을 경험하게 된 장면과도 연결됩니다. 밀라노의 한 정원에서 괴로움에 잠겨 있던 그가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라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그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여기고 옆에 있던 바울 서신을 집어 들었고, 펼쳐 읽은 구절이 바로 로마서 13장 13절 이하 말씀이었다고 합니다.


“낮에 행하듯 단정하게 행하십시오. 호사한 연회와 술 취함, 음행과 방탕, 다툼과 시기에 빠지지 마십시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십시오. 욕망을 이루려고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마십시오.” 우리도 아우구스티누스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대림절을 보내며, 한 해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합시다.


바울은 밤이 깊고 낮이 가까이 왔다고 말합니다. ‘섣달 동지’라는 표현이 있지요.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때이며, 이 날을 포함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부릅니다. 이어지는 음력 12월, 곧 섣달과 함께 한 해 중 가장 춥고 매서운 시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어둡고 고된 시절을 비유할 때에도 이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동지섣달은 고되지만,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역전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추위를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역설적으로 동지를 좋아합니다. 동지가 지난 후부터 봄날이 기다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시기가 아무리 춥고 길게 느껴지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릴 구원하실 날을 잊지 맙시다. 어렵고 힘든 때에도 소망을 놓지 않고,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지켜 나갑시다.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방식이며, 믿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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