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어느 쪽인가요?

바울 일행의 빌립보 여정

by 후추
사도행전 16장 9-15절, 새번역

9 여기서 밤에 바울에게 환상이 나타났는데, 마케도니아 사람 하나가 바울 앞에 서서 "마케도니아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10 그 환상을 바울이 본 뒤에, 우리는 곧 마케도니아로 건너가려고 하였다. 우리는,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11 우리는 드로아에서 배로 떠나서,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갔고,
12 거기에서 빌립보에 이르렀다. 빌립보는 마케도니아 지방에서 으뜸가는 도시요, 로마 식민지였다. 우리는 이 도시에서 며칠 동안 묵었는데,
13 안식일에 성문 밖 강가로 나가서, 유대 사람이 기도하는 처소가 있음직한 곳을 찾아갔다. 우리는 거기에 앉아서, 모여든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14 그들 가운데 루디아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색 옷감 장수로서, 두아디라 출신이요,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이었다. 주님께서 그 여자의 마음을 여셨으므로, 그는 바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15 그 여자가 집안 식구와 함께 세례를 받고나서 "나를 주님의 신도로 여기시면, 우리 집에 오셔서 묵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그리고 우리를 강권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사도행전 16장에서 바울 일행은 디모데와 합류하여 새로운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계획은 연이어 좌절됩니다. 바울 일행은 튀르키예 서쪽으로 가려 했으나 막혔고, 서북 지역으로 향하려던 여정도 실패합니다. 그들의 여행 계획이 계속 어그러지는 가운데, 결국 환상을 본 후에야 그리스 마게도니아 지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과연 무엇이 그들의 여정을 인도하고 있던 것일까요?

이미지 2025. 5. 24. 오후 11.05.jpeg Berea mosaic of Paul's call to Macedonia

바울은 드로아 항구에서 배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 빌립보에 도착합니다. 빌립보는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빌립 2세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설립한 도시로 로마의 식민지였습니다. 대다수의 빌립보 시민들은 로마 시민권을 가진 특권층이었습니다. 바울이 훗날 빌립보서에서 성도의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대개 바울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여 전도할 때 유대인이 모이는 회당을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빌립보에는 회당이 없었고, 다만 유대인들이 모이는 기도 처소만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유대교에 관심이 있던 이방인 여인 루디아를 만나게 됩니다. 루디아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집안 식구와 함께 세례를 받은 후, 바울 일행을 자기 집에 머물도록 강권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이 드러납니다. 갈라디아 출신인 바울은 자신에게 익숙한 튀르키예 서북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은 로마 시민권을 자부하던 빌립보에서, 이방인 여성 루디아를 통해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로마 제국을 향해 빠르게 전진하는 복음 전파의 전략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곳과 달리 유대인 회당도 없어 전략적 전도를 할 수 없던 곳에서, 유대인도 아닌 이방인 여성과 함께 새로운 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울 일행의 경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미리 알아차리기란 어렵습니다. 우리의 여정도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고집이 꺾이고 자존감이 무너져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은 로마 제국을 향한 복음 전파를 위해 바울 일행을 인도하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로마 사회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았습니다. 제국의 변방으로 우회하여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심장부를 향해 진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하나님이 인도해 나가실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하나님은 예상치 못한 변곡점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완전한 계획을 이루어 가십니다. 바울 일행이 유대 회당도 없는 곳에서 이방인 루디아를 만난 것처럼, 하나님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수 있습니다. 힘과 권력이 추앙되는 황제의 나라를 하나님은 무력함과 연약함으로 전복시키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유력한 권력자를 배후로 삼아 권세를 떨쳐 확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공경하는 한 이방인 여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길이 막히더라도,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더 큰 과정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신뢰합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크고 놀랍기 때문입니다.


어제나 오늘도 하나님은 망가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거대한 드라마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드라마에 여러분은 배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기만 하다면, 한낱 단역 배우라도 즐겁기만 할 것입니다. 기꺼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데에 쓸모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