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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May 17. 2024

가정폭력, 그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야만 한다.

가정폭력의 잔흔

오늘도 악몽을 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전에 살던 집 내가 탈출한 그 집의 내 방 안에 있다.
분명 나는 그 집을 나온지가 꽤 되었는데....
이건 꿈이다. 꿈이다. 간절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눈을 질끈 았다 다시 떠본다. 방 구조가 낯설게 바뀌어있다. 그때의 내 방 구조가 아니다.
그래 이건 꿈이다. 다행이다. 이제 아빠가. 그 사람이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꿈에서 깨어나면 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떻게 해야 깨어나지? 손을 꽉 쥐어볼까?
손을 꽉 쥐었다 펴보기를 몇 번 반복한다.
그 뒤는 기억에 없다. 다행이다. 잠시 다시 깊은 수면에 들었나보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시 그 집 부엌에 서 있다.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나와 그 사람이 대치하고 있다. 아, 다행이다 이번엔 내가 흉기를 먼저 선점해 빼돌렸다. 근데 왜 불안하지?
아...하나를 숨기지 못했다. 역시나 그 하나를 찾아내어 위협하기 시작한다.
나는 주로 엄마를 지키는 역할이었다. 실은 나도 정말 근육하나 없는 전형적인 약질의 어린 여자아이였을 뿐인데..ㅎㅎ 엄마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 악물고 막아내고 달려들었다. 그러다 머리채가 잡히고 손목이 꺾이거나 밀쳐져 넘어지기도, 목이 졸리기도 했다. 여기저기 널린 유리조각들.. 머릿속엔 가득한 혈흔의 색깔들. 그를 애기를 달래듯이 달래기도 했다. 속으로는 증오하면서, 내가 얼마나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을 안타깝게 여기는지 속이 비틀려지는 것을 참아내며 그 말을 뱉었다. 매 초마다 내 심장에 꽂히는 폭언들은 눈물로 흘려보냈다.  눈물자국이 마음을 시꺼멓게 태운자리는 그대로 방치된채 그렇게 성인이 되고 몇 년이 지나고서까지 일상은 반복되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부엌에 있는 흉기를 숨기는 것. 그러지 못한 날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지옥이 따로 없없다.
그는 내가 미처 숨기지 못한 흉기로 위협을 하고 나는 대치한다. 엄마를 지키기 위해서.
그 소름끼치는 검은 날이 휘둘러지는 순간 나도 발로 차며 막아냈다.(실제로는 절대 발을 차본적도 없)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아, 꿈 밖에서도 발을 찼나보다. 발로 창문을 차며 아픔에 꿈에서 깨어났다.
발가락이 아프다.
그래도 다행이다. 꿈이어서.

나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맞았다.
그건 가정폭력이 확실했다.

잠시나마 중간중간 그가 우리에게 베풀었던 순간의 평온을 떠올리며 간간히 내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해도 되는걸까? 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다행이다. 그 끝나지 않을 지옥같던 순간들은 폭력이 맞았다. 다행이다. 다행인가?


멍하다는 느낌. 그것또한 내 정신적 피폐함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였다.
멍했다. 정신이 멍하고 당장이라도 미쳐버릴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해 내 머리가 멈추고 내 숨도 멎어버릴것만 같은데 그러지를 못해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닌 그 고통에 온몸이. 정신이 멍한. 그런 시간들이었다.

숨을 참아서 그런걸까 숨을 참아 이 모든걸 견뎌내야했기에 숨을 끝까지 참아 차라리 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숨을 참아서 그런걸까. 내 뇌가 끝없는 충격을 받아 그런걸까. 그 시들은 아직도 나에게는 선명하다.

나는 수백번을 죽었다. 분명 그 수많은 행위들은 인격살인이었다 내 머릿속이 난도질 당했고 그 다음은 내 심장이 몇번이나 난도질 당했다. 그것으로는 부족하여 난 수백번을 죽었다. 눈을 떴을때도 눈을 감았을때도 꿈속에서마저 나는 그랬다. 그래 정말 무뎌지긴 하더라. 내 자신이 닳고 닳아 없어지고 나서야 무뎌졌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난 무섭지 않은데 놀랐을 뿐인데 손 발이 검은색으로 변하면 같은 손 발을 한, 같은 처지에 있는 동생과 서로의 손발을 가리키며 신기해하며 소리없이 웃고는 했다. 이와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데 웃었다. 이 말라도 들키지 않게 발꿈치를 들고 살살 부엌에 나가서 물을 들고와야 했으며 화장실도 문에 귀를 대고 거실에 아빠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재빠르게 다녀왔다. 밥을 숨죽여 먹다가 접시소리라도 나면 공포의 정적이 흘렀다.

차라리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주길 바랬다. 갇혀도 좋으니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제발 간절히 보호받고 싶었다. 내 심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땅으로 떨어지고 뇌는 전기충격을 받은 듯 아찔하고 온몸의 피가 거꾸로 미친듯이 역순환하는 느낌. 내 정신과 마음의 자유는 모두 빼앗기고 이건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평범하게 행동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고 나는 차라리 내가 정신병원에 가고 싶었다. 현실이 멍했다. 현실감각이 없는것이다.

누군가 나를 책임져주었으면..아니 그런 마음도 들었다. 나에게 죽음을 선택할 기회가. 용기가 있었으면 매일 밤을 빌었다.

가정폭력은 인격살인이다. 피해자는 몇번을 죽는다.
대한민국에는 가정폭력을 막고 피해자들을 지켜줄 실질적인 법안이 없다는 사실에 나는 매일 고통받았다.


그래도.. 이렇게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감사하다. 아직 마음 깊숙히 진심을 다해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편안하게 숨 쉴수 있음에 안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금 이 시간 가정폭력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특히 청소년들에게, 어린 누군가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시간은 언젠가는 끝이 나긴 나더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솔직하게 대한민국의 실태는, 절대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언제든지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낼 수 있고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은 경제적 자본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신고도 독립도 그 어떠한 행위도 취하지 못한채 그저 폭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방법이 없다. 쉼터..경찰..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아직 독립을 할 준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 그들이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준비된 대안이 제대로 갖춰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린 영혼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왜 이 나라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격적 살인을 당하고 있는 순간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멀리서 관조하고만 있는가.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이속만 챙기려 돼지처럼 뱀처럼 미친듯이 돈냄새를 맡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옥 저 아래에서 평온한 공기만을 미친듯이 갈구한다. 그 공기만 맡게 해달라고 지옥에서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로 돌아오는 외침을 외치고 속이 다 타도록 묵묵히 버티어내고 있다.
그들이 평온한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쉽게 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지금은 그 지옥에서 빠져나와 나름 평온을 만끽하고 있고 트라우마와 정신적 고통도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이야기라 굳이 올릴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저장글에 담아두다 끝내 발행한 이유는,


첫번째는 가정폭력의 상처를 고백할 조금의 용기가 생긴것이었고(브런치의 많은 작가분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내게 용기가 되었다. 아직은 많이 두렵지만...고백할 용기가 생겼다. 그 분들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두번째는, 고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지금도 우리의 가까운 어디에선가 분명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그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에 가까운 마음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특히나 고통에 떨고 있는 어린 영혼들에 대한 많은 감정이 담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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