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에 오줌을 지리다
근 2년간 비교적(?) 평안했다. 그런데.. 참.. 요즘 이유없이 공황이 심해졌다.
처음엔 화 였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고 화가 한번 터지더니
화(분노)->무기력->불안->우울->불안-> 마지막으로는 공황이 찾아왔다.
스트레스도 큰 스트레스는 아니고 그냥 일상 스트레스인 것 같은데..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해서 공황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 괴로웠다. 힘들었다. 119에 전화해서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숨이 막히고 가슴이 짓눌리고 멀미하듯 속이 안 좋고 온갖 기분 나쁜 감정은 다 휘몰아쳤다.
원인을 빨리 찾아 공황을 없애고 싶었다.
엄마와 얘기를 했다. 왜 갑자기 공황이 심해졌을까 같이 원인을 천천히 찾다가
우연히 옛날 얘기가 나왔다.
분명 성장시절(아기때부터 성인이 되고서까지 어떻게 보면 인생의 전반...)에서의 가정환경의 원인이 클 거라고 말했다. 이미 엄마와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지옥에서 빠져나와 산 이후부터 약 4년이 되어가니까..
4년동안 지옥에서 나와 살다보니 내가 어떤 가정폭력을 겪었는지 그 사실조차 잊었던 것 같다. 아무리 아빠를 용서한다고, 좋게 생각한다고, 기억을 미화해보려고 해도 사실은 사실이니까. 아빠는 영원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테지만, 팩트는 가정폭력이 맞으니까. 그리고 그 폭력속에서 살아남은 흔적. 그 상흔은 여전히 내 안에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으니까. 내가 바로 증거니까.
어쨌든 얘기를 하다가 문득 갑자기 생각났다.
'엄마 나 24살에 오줌 지렸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24살에 오줌을 지리던 그 순간. 아무도 내가 오줌을 지린 걸 몰랐다.
나도 그냥 오줌을 지린채로 계속해서 말릴 뿐이었다. 지옥같은 폭력의 순간을.
오줌을 지리고 온 손발이 검게 변한채로 온 몸은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면서도
두려움에 질려 흐릿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려고 애썼다.
혹시나 하는 위험한 그 찰나의 순간을 내가 부디 막아낼 수 있기를 빌면서.
화는 나지 않는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화를 낼 힘도 없다.
그냥 웃음이 나온다. 24살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정말 상황이 심각했구나..ㅎㅎ
나 정말 무서웠구나... 이 정도면 뇌에 손상이 가지 않았을까?
창피한 것도 없고.. 그냥 뭐 신기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았지? 내가 그 지옥속에서 살려고 나오지 않고 계속 그곳에 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두려움과 우울과 화와 불안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으니까...
그 20년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으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이 많이 아픈걸까?
정말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이렇게 공황이 시작되면
나 정말 온전히 나을 수 있을까?
다행히 나는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항상 사람에게는 살아남을 기회는 주어진다고 믿는 마음이 있다.
믿는 마음.
그 마음 하나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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