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이 부셔서.

by 김현정

하루하루가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이다.

하루를 무얼 하고 지냈냐하면 무얼했는지 딱히 없다.

그냥 내 손으로 하나하나 무얼했더라.


부쩍 큰 딸을 위해 새옷을 샀더니,

허리가 크고, 길이가 길다.

그럼- 실과 바늘을 들고는 손수 줄인다.

엉성한 바느질이지만, 얼기설기, 비뚤빼뚤한 그 솜씨가

정겹고 뿌듯하다.


외식을 하지 않는 집이라.

모든걸 손수 하는 집이다.

직접 반죽을 해서, 또띠아를 구워놓고,

하루는 랩을 싸먹고, 하루는 피자를 만들었더니

이런 행복이 있으랴.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면서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로

육수 내려다 맑은 국물에 즐거워한다.


하나하나- 손수 하기.

시간을 들이면서, 어설픈 실력이

꽤나 마음에 든다.


수고스러움이 아닌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며

사치를 부리는 중인것이다.

사치를 부리는 순간은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빨래를 하고, 주름진 옷감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다려주다 보니-

이 또한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먹고, 자고, 입고 쓰는- 생활하는 공간들을

안고 보듬어 본다.


창밖의 햇살이 쏟아지는데,

그 따스함에 눈한번 찡그려주고

깊은 숨을 툭-쉬어보면 그렇게 개운하다.


이제 날이 풀려서,

따뜻해서, 뜨거워지기 전이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의 시간들이

여유이고, 행복한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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