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여행을 좋아했다.
내 처음 여행은 중학교 1학년에 초파일에 혼자 떠나 내소사였다.
내소사에서 격포까지 걷기로 결정하고 혼자서 산길을 걸었다.
인적 없는 산길과 바닷길을 걸었다.
그다음엔 고등학교 때 야간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
이른 새벽에 도착했고 나는 삼각지역에 노숙자들과 아침을 맞았다.
명동까지 걸었다. 그리고 인천으로 갔다.
부천과 인천을 지나 인천의 외숙모 집에서 며칠을 보내다가
다시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태종대를 가는 버스를 타고 태종대 바닷가에 갔다가
부산에 사는 작은 아버지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고향 김제로 돌아왔다.
스무 살 어느 해에 동해안을 배낭을 메고 설악산까지 걸었다.
며칠을 걸었는지는 기억나지는 않는다.
마음이 드는 해변이 나오면 텐트를 치고 잤다.
그리고 어느 해에는 제주도를 한 바퀴 걸었다.
겨울이었다.
눈이 많은 해였다.
제주시에서 애월 협재까지 눈을 맞고 걸었다.
서귀포에 오니 봄날 같았다.
폭설이 내린 설악산에 올랐다.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저런 사진을 볼 때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는 유튜브의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자들이다.
어느 해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저런 자전거를 타고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