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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Jul 21. 2023

준비할 것이 있나요?

여어어얼쩡! 은 잠시...

대학교 때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냥 사실 영화를 보고 감상문만 잘 적어내면
학점을 그럭저럭 받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여러 수업을 듣다 보니

지금도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명확히 이유를 얘기할 순 없지만


영화에 빠져버렸습니다.


하나의 스토리가
카메라 앵글, 조명의 밝기와 컬러, 미술, 소품, 의상,
배우의 연기 등등이 어우러져

같은 대사라도 다르게 나에게 전달되는

이 신비한 영상이 주는 감동.


그 이야기에 따라 나를 한 없이 벅차오르게도,
한 없이 우울하게도 만드는 신기한 영화가 좋아진 거죠.


지금도 좋은 영화를 보면 술 한잔 하면서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학교 다닐 때 촬영, 편집, 제작 관련 일을
선배, 친구들과 해 보았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만들어진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 더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친한 광고과 언니를 따라 몰래 수업을 들었는데 재밌었어요.


그렇게 영화 마케팅을 꿈으로 생각했죠.


가끔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볼 때,
혹은 갓 입사한 친구들과 대화할 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영화 마케팅이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영화 마케팅을 하려면 영화,

언론 관련 학과를 나와야하나요?”


음. 글쎄요.
우선 제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니요” 입니다.


물론, 영화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들을 통해 여러 사전 지식을 쌓아 온 친구들에겐

‘ㄱ’ 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ㄱ’ 이라는 것을 실전에 대입시키기 위해

‘보충’ 설명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에

채용에 있어 사실 유의미할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 봅니다.


다만, 어디든 인턴 및 아르바이트 경력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지만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어느 회사에서나 원하는 성실함,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태도’인 것 같아요.


‘태도’에는 사람을 대하는 예의와 책임감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문서 작성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 시절,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나의 멋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무대 위의 주인공보다 그 뒤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있잖아요?!


그런 모습이죠.


말 그대로 실시간 생방송과 같은 일들이 많은 상황 속에 긴장&긴박감 넘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그런 어느 곳에서

멋진 활약을 하는 나!


하지만 이런 무대 뒤에는 또 그 뒷 일이 있습니다.


물, 껌, 물티슈 등 아주 자잘한 것들을 사서 보충해 둬야 하고

많은 스태프들이 먹을 도시락과 커피 주문,

쓰레기 정리도 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난 이런 노동이 아닌 홍보 하러 온 사람인데.. 라면서요. (나는 그랬어요 ㅋㅋ)


그런데 왜 이런 일을 하냐고요?

이런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하는 실무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예) 바빠죽겠는데 배우가 갑자기 목마르다고 함 > 물이 없음 > 물 사 와서 마심 > 일정이 조금씩 다 미뤄짐 >

기다리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


또 하나는 의견 충돌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기엔 수학과 같은 답이 없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를 어떤 언어로

대중들에게 흥미롭게 어필할 것인가 를
치열하게 논의합니다.


그 시작은
영화 분석부터 유사작, 경쟁상황까지 살펴본 후

콘셉트를 도출하는 건데요.


당연히 트렌드도 반영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코믹이 가미된 가족 드라마 장르의 영화 개봉을 준비해 본다고 합시다.

요즘 MBTI를 빼놓고 대화하기 어렵죠.

“죽여주게 손발이 척척 맞는 웃기는 가족이 온다!”
라기보다 MBTI를 언급하면

좀 더 트렌드를 반영한 접근이 될 수 있겠지요.


이러한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합니다.


때로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정말 맞지 않아 보이는 방향으로 정해질 때는 좀 어렵긴 하죠.


이 외에도 많은 설득의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도 의도치 않은, 상처받는 일도 생깁니다.

감정노동이 상당하다는 이야기죠.


그 외에 또 많이 받는 질문은


“야근이 많나요?”

음 케바케라고 해 두고 싶네요.

(야근은 정말 안 하고 싶습니다)


“열정 페이로 일한다던데 정말인가요?”

솔직히 옛날에는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당연시되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큰일나죠.

혹시 그런 말을 하는 어른이 있다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네요.


“휴일에 쉴 수 있나요?”

그럼요.
휴일에 무대인사를 가거나

포스터 촬영을 하는 일 등이 생길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회사마다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야근을 할 수 있는 체력!

시켜만 주신다면 뭐 든지 다 해낼 여어얼정!

은 좀 접어두시길. 


“어떤 일이 가장 어려운가요?”

처음 일을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가장 어려운 일은
나는 보도자료 쓰는 일이 그렇고요,


예전에는 P&A 예산 짤 때는 무서웠어요.

숫자 0 하나 잘 못 붙이면 큰일이니까요.

실제 예산 집행할 때 실수를 했던 일이 있어서
이 금액을 다 갚을 때까지

평생 노예처럼 있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눈앞이 캄캄했었습니다…!


 P&A란?

 Print&Advertizing.

여기서 P는 배급 비용으로 필름 프린트를 지칭했는데 이젠 다 디지털로 바뀌었죠.

A는 말 그대로 광고비입니다.

여기에 영화 마케팅 홍보를 하는데 필요한 모든 협력사들의 대행료도 포함됩니다.


예산 집행

: 완성한 P&A로 실제 소비하는 것

(ex. 온라인 광고비  n억, TV 공중파 n억,

극장 스크린 광고비 n억 등)


또 어려운 일은…
필요한 홍보 활동들을 실행시키기 위해 매지먼트를 설득하는 일보다,
사소하게 기사 노출이 잘 안 될 때,
TV 방송 혹은 라디오에서

우리 작품을 잘 받아주지 않을 때
정말 애가 타지요.


문득, 일을 시작하자마자

5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싶었던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영화 잘 되자고 일을 하고 있는데,

영화 잘 되어도 나한테 뭐 떨어지는 것도 (거의) 없는데

왜 매번 이렇게 매달려야 할까….??

기자들에게, 매니지먼트에게, 방송&라디오 작가들에게…

심지어 영화를 만든 피디에게까지.


정말 갑을병 ‘정’이라는 유치한 생각에 괴로웠는데

아직도 이 일을 놓지 못하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5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여전히 하고 있는 이 일.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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