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독립선언문
부모님품에 사는 게 좋은 나는
아직 독립하지 않은 과년한 딸이다.
독립하지 않은 데엔 거창한 이유가 없다.
우리집에는 내 방이 있고, 내 보호자가 있으니까.
대가족인 우리집은 언제나 시끌벅적했다.
냉장고는 늘 꽉 차 있었고,
매일 새 밥이 지어지고 세탁기가 돌아갔다.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 되는 집.
피자 한 판을 시켜도 한 조각 남지않는 우리 집.
나 뿐만아니라 내 동생들까지 가득 담은
좁았지만 안락한 울타리였다.
의존적인 나, 과보호적인 부모님
처음에는 나도 독립을 꿈꾼 적이 있었다.
직장이 생기며 친구들이 자취방 얘기를 하고, 인테리어 사진을 보여줄 때였다.
그때의 나는 통금에 지쳐 있었고, 머릿속은 독립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찾아본 매물들의 시세와 입지를 확인한 순간
그 마음은 금방 식어버렸다.
독립하겠다 이야기 했을때 주변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본가에있어야 돈을 잘 모아, 굳이 독립할 필요없어"
나도 그런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본가에 산다고 특별히 돈이 더 잘 모인 것도 아니더라.
결국 나는 안락함에서 벗어나기 싫었던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절대 결혼하지않고
평생 이 집에서 살겠다고 다짐했던 나에게,
결혼이라는 대소사가 불쑥 찾아왔다.
내 삶의 방향이 통째로 틀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