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참 산만하고 실수가 잦은 아이였다. 엄마는 나를 '칠렐레 팔렐레'라 불렀고 어린 시절 한 친구는 '우당탕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실수가 잦고, 주변 정리정돈도 되지 않았고, 소지품을 자주 잊어버리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조심해야지 결심을 해 놓고도 막상 일이 시작되면 마음이 흥분해 조심하려는 결심조차 잊어버리곤 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지금도 집중을 잘한다거나 차분한 어른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어느 정도 자제력은 생긴 것 같다. 여전히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일을 미루기도 하지만 결국은 해결하고 마무리를 짓는 나를 보면
실수투성이, 우당탕탕 동그라미도 전보다 성장했고,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실수 속에서 나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깨닫고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극복과 성장을 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실수는 한다.
나는 정말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아왔고 그 실수들이 날 키웠다. 스스로 실수가 잦고 뭐 하나 진득하니 나의 기대만큼 잘 해내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 늘 스스로 자책하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생각할수록 참 많이도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기특해하고 칭찬하기도 한다.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아직 실수를 하곤 하지만 실수로부터 항상 배우고 깨닫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성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성장포인트인지 알 수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ADHD가 있는 사람만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인데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칠렐레 팔렐레, 우당탕탕 동그라미로 성장해 오면서 계속되는 나의 실수 때문에 미움받은 경험이 많아서가 아닐까?
나는 하루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면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고, 내일은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일종의 성찰을 하는 것인데 나의 소소한 생각에 비하면 대단한 의미의 단어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성찰 없이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나에 대해 생각할 때면 성찰이라는 단어를 생각한다.
며칠 전 하루를 되돌아보다가 내가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지? 하는 생각에 이불을 뻥뻥 찼다. 최근 들어 내 마음이 안정적이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부정적 기운을 너무 퍼트렸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려 쉬이 잠에 들 수도 없었다.
하루 종일 업무 처리 내용은 뭐가 잘못됐고 일의 과정도 뭔가 잘못된 구조라는 불평을 옆사람에게 하루 종일 늘어놓은 것이다. 옆사람도 '그래, 네 말이 맞아! 왜 이런 식인지 이해가 안 되네!'하고 맞장구를 쳤지만 생각해 보니 내 생각에 좀 잘못된 과정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었는데 하루 종일 내 불평을 하는 바람에 그 사람도 부정적인 사고가 전이되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사람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기회를 뺐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너무 창피해졌다.
아.. 오늘도 좀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체를 바라보지 못했구나 하는 자책과, 하루종일 내 불평을 듣느라 고생한 옆사람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꽤 긴 시간 이런 맥락의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는 생각과 나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민망함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나는 옆사람에게 하루 종일 불평을 하느라 당신을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상대는 뭘 그런 걸 사과하냐고 괜찮다고 했지만 어쩐지 우리 둘 모두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들더라도 일단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성급하게 표현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내 부정적 생각과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을 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테니...
실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살면서 저질러 온 많은 실수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어떤 점이 부족해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과 성장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이다. 실수 속에서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단계는 실수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는 일이 어쩌면 이불킥으로 이어지는 일이 될지 모르지만 또 하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날 성장하게 할 하나의 소스를 찾아낸 나 자신도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