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좌절
2022년 뉴욕으로 주재원 발령을 받은 후, 3년간의 타지 생활을 마치고, 2025년 10월 귀국 날짜가 다가왔다. 마침 같은 해 9월말에는 근무지인 뉴욕지사의 이전이 계획되어 있었고, 업무 담당자였던 나는 지사의 이전 준비에 신경을 쓰느라 9월말 이후에야 우리 가족의 이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동안 치열하게 이사 준비를 시작했고, 우리 집 고양이의 광견병 예방접종도 귀국 한달전에 마친 상태였다. 한국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미국에 데리고 올때의 경험이 있었고, 반려동물을 다른 나라로 데려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딴에는 사전에 준비를 한다고 여러모로 조사를 해둔 터였다.
뉴욕(미국)에서 한국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가려면 3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첫 번째 건강검진 증명서는 동물병원에서 고양이의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증을 받아야 하고, 두 번째 광견병 예방접종은 출국 한 달 이전에 접종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세 번째는 광견병 항체 검사 증명서인데, 미국에서 항체검사를 하는 경우 보통 $500의 비용이 발생하고 그 기간도 세 달 여가 소요되어, 보통은 항체검사 없이 한국에 입국하고, 검역소에 일주일 정도 계류한 이후에 항체 검사를 진행한다. 한국에서 항체검사를 진행하면 매주 화, 목에 검사를 진행하고, 검사결과는 이틀 후에 빠르게 나오며, 비용도 28만 원으로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매우 저렴하다. 계류 기간 동안에는 하루에 약 3만 원의 위탁관리 비용이 부과되긴 하는데, 전체적인 비용면에서 한국에서 검사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와이프가 한 달 전에 이미 광견병 예방접종은 했고, 고양이의 건강검진 증명서만 받으면 되기에 출국 3일 전 집 근처의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건강검진 증명서를 요청했다.
"광견병 예방 접종을 할 때 사모님에게 미리 말씀을 드렸었는데, 지금 오시면 어떡하세요. 건강검진 증명서는 비행기표 예약하시고, 적어도 출국 10일 전에는 오셔야 받으실 수 있으세요. 출국 10일 전에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었는데..."
수의사는 황당하다는 듯이 내게 얘기했다.
"네? 건강검진 증명서만 받으면 되는 것 아니었나요?" 당황한 목소리로 수의사에게 질문했다.
"건강검진 증명서는 미국 USDA에서 승인 도장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은 우편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출국이 3일 남은 상태에서는 물리적으로 진행이 불가해요."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서둘러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전후 사정을 물었고, 와이프도 짧은 기간 이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터라, 그때 동물병원에서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지 못했다. 와이프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제일 중요한 부분을 놓치면 어떻게 해?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거야!"라고 소리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중에 사과하긴 했지만, 당시엔 와이프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병원을 나서 차에 올라 고양이를 실었다. 출국은 3일 후로 다가왔고, '고양이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앞섰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고양이는 이동장 안에서 웅크리고 긴장한 채 주변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국 일정을 바꾸는 건 아이들 학교 전학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10월이라 한국은 학기 중이었고, 중3, 고2 자녀가 있다 보니 빠르게 전입신고와 전학 처리를 진행해야만 했었다. 이사할 집도 구해야 해서 우리 가족 구성원 누구 하나 남아서 고양이를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양이만 미국에 남아야 하는데,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어 오는 길 내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평소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었던, 후배 A에게 전화했다. "A야, 정말 미안한 부탁인데...."라고 운을 띄우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얘기했다. 그리고 잠시 우리집 고양이를 맡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와이프에게 한번 얘기해 보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 와이프가 평소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었는데, 잠시 키울 수 있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던데요? 저희가 다음 달 11월에 한국에 잠깐 들어갈 일이 있으니, 그때까지 키우고 같이 데리고 들어갈게요." 잠시 보호만 해주길 기대했었는데, 데리고 들어오는 것까지 진행해 주겠다고 하니, 이렇게 감사할 수가...
그렇게 우린 고양이를 두고 귀국길에 올랐고, 11월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