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재회
다음 날, 나는 직접 비행기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구정 연휴 동안 뉴욕을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연휴를 살짝 비껴 잡으니 항공권 가격은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185만 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뉴욕 왕복이라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금액이었다.
그때, 카카오톡 보이스톡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B.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형님, 고양이 비행기 탑승했습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바라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류 아직 도착 안 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태웠다는 거야?” 이번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혹시라도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싶어서.
“서류 원본은 아직 안 왔어요. 근데 온라인으로 프린트가 가능해서 그걸로 제출했고요… 탑승장 직원한테 Electronic Document라고 설명하면서 설득했습니다. 일단 비행기에는 태웠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원본 문서가 아니면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고 하니까, 인천 검역소에 꼭 확인해 보세요.”
B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 목소리에 안도감도 섞여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걸... 이 고마움을 앞으로 어떻게 다 갚냐…”
그동안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기 일처럼 뛰어다니며, 서류를 확인하고, 공항을 오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들. 어떤 말로도 감사가 부족했다.
비행기는 일단 떴다. 이제 남은 건 한국에서의 문제였다. 인천 검역소에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원본 문서가 있어야 입국이 가능합니다”라는 원칙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가슴이 철렁했다. 폭설로 USDA 서류가 지연된 상황, 해당 문서가 전자 승인 문서라는 점을 최대한 설명했다. 지금 이 상황은 불가항력이라고 변명하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담당자가 말했다.
“QR 코드가 있는 전자 문서라면 원본이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원본이 없더라도 바로 미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아요. 원본이 도착할 때까지 공항 계류장에서 계류 조치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이 가장 큰 산이었다. 일단 한국 땅만 밟으면, 뭐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다행히 제출된 문서에는 QR 코드는 없었지만 문서번호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고, 검역소에서 해당 번호로 미국 USDA에서 원본 조회가 가능했다. 굳이 실물 원본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답을 들었을 때,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남은 건 단 하나. 광견병 항체가 형성되어 있는지 여부.
고양이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천공항 계류장으로 옮겨졌다. 항체 검사를 위해서였다.
입국은 1월 31일(토)이었고, 검역소에서 항체검사를 진행하는 건 2월 3일(화), 그리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건 2월 5일(목)이었다. 검역소 직원과 통화해 본 결과, 고양이는 건강했고, 광견병 예방주사를 접종했으면, 항체 검사에 통과하는 건 거의 97% 이상 확률이니, 2월 5일(목) 14시 이후에 검역소로 데리러 오라고 안내해 주었다.
검사 결과가 나온 당일 오후 2시 30분, 나는 인천공항 동물검역 계류장으로 곧바로 향했다. 계류장은 공항 터미널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를 쫓는 총소리와 그 소리에 놀란 군견들의 짖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입구에서는 보안 절차가 엄격해 신분증을 맡겨야 했고, 전염병 예방을 위해 온몸을 소독한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계류장은 예상과 달리 매우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며, 관리사들은 방역복을 착용한 채 동물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 케이지 안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녀석이 보였다. 4개월 만에 만난 고양이는 여전히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냄새를 확인하고, 밖으로 꺼내달라는 듯이 쉴 새 없이 야옹 거렸다.
집에 도착해서 새로운 집안을 탐색하며 돌아다니더니, 이윽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헤드번팅을 하며, 갓난아이가 보채는 듯한 목소리로 뭐라 뭐라 쉴 새 없이 옹알거렸다. 마치 왜 두고 갔냐고, 또 그럴 거냐고 보채듯이 말이다.
나는 고양이의 엉덩이를 힘차게 두드리며 말했다.
“다시는 너를 두고 멀리 가지 않을게.”
그 말은 약속이었고, 다짐이었고, 늦게 도착한 사과였다.
그날 밤, 집 안은 오랜만에 완전히 제자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