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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오빠 Jan 14. 2022

항공기 탑승 후 미국 입국 거절당한 손님

여행사 직원의 여행 이야기 - 002

요즘 친구, 가족들과 모이게 되면 모두 한입으로 말하는 문장이 있다.

"언제 또 해외여행 갈 수 있을까?..."




지금도 마음을 먹으면 해외여행은 가능하지만 지극히 제한적이기에 극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하는 시기이기에 정말 자유롭게 해외를 다녀왔던 2년 전을 생각하면 꿈과도 같다.


여행사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사귀어서 그런지 주변의 지인들도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 카톡이 와서 보면 '지금 오사카 당일 치기 여행 와 있는데 돈키호테에서 필요한 거 있어?'라고 지인이 보낸 메시지가 있기도 했고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보면 옆자리 직원이 없어서 보면 보름간 지중해 여행을 떠났던 것 같은 일이 많기도 했다.


그만큼 나에겐 해외여행이 굉장히 밀첩 하게 접촉해 있었고 항공사의 운항승무원이나 객실 승무원들 분들과는 또 다르게 해외여행과 가장 가까이서 근무를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명절 성수기나 여름/겨울 휴가철이 되면 여행사 직원들은 모두 신경이 곤두서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도 편하게 쉴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연휴라고 해서 휴일이 시작되긴 하지만 예약을 해드린 손님들이 해외여행을 출발을 하고 도착을 하는데에 있어서 보통 대부분은 아무 탈 없이 다녀오시긴 하지만 여름철부터 추석에는 태풍이 불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했고 여권상의 영어 이름과 스펠링 하나 다르지 않게 항공권을 발권해야 하는데 어디에선가 실수가 발생해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손님이 현지 공항에 도착 후 입국 심사 후에 기다리고 있어야 할 가이드가 늦잠을 자느라 나오지 않은 경우, 현지 호텔 예약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등 여행사에서 직접 겪어야 하는 문제들은 나열하자면 며칠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던 손님을 꼽자면 이손님이었던 것 같은데 항공 수속을 모두 마치고 비행기 탑승까지 마친 후에 미국 측의 입국 거부로 비행기를 내려야 했던 손님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까운 남태평양 섬인 괌으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 부부 예약자였는데 그날따라 내가 예약을 진행했던 예약자가 많았었던 날로 기억하고 있는데 170여 명 남짓 탑승 가능한 항공기에 40명이 넘게 내가 발권을 진행했던 날이어서 손님과 항공권상의 영문 성함을 여러 번 대조하기도 했고, 호텔 예약도 몇 번이나 현지 측과 리 체크를 했었던 날이었다.


괌으로 가는 비행기는 보통 저녁 출발 편이 보편적이었는데 한국 국적기가 해외로 한번 운항을 하고 돌아오는 편에 또 승객을 모시고 오는 시스템인지라 보통 한국에서 4~5시간 비행이 걸리는 괌은 저녁 9~10시 정도에 출발해서 괌에 승객을 내려드리고 재정비를 1시간~2시간 정도 가지고 다시 귀국하는 승객을 모셔 오면 한국시간으로 아침 8시 정도여서 항공사 측에서는 최적의 취항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후 10시 정도 비행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항공기가 게이트에서 출발하는 시간이기에 여행 가시는 손님들께는 최소한 3시간 전에 공항 도착을 당부하는데  미국행 항공기의 경우 그보다 더 넉넉히 도착하여 수속을 하실 것을 당부드린다. 그 이유는 미국행 항공기는 수하물 보안검색도 조금 다르게 진행하고 또 SSSS 항공권이 당첨되면 2차 보안검색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시간 남으면 할 게 없다 생각하고 촉박하게 갔다가는 구매했던 면세품 찾지도 못하고 음료 한 모금 마실 새도 없이 출발하는 항공기 뛰어가서 타기 바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흔 명 정도 되었던 예약 손님이 출발을 정상적으로 하시게 되면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 비상연락망으로 연락이 올 일이 없는데 그날도 항공기 이륙시간이 지날 때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푹 자고 다음날 오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지 호텔 한국인 매니저에게서 연락이 왔다. (보통 한국인이 많이 투숙하는 호텔에는 한국인 매니저가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ㅇㅇ씨, 굿모닝입니다. 그런데 ㅇㅇㅇ 손님 ㅇㅇ씨 손님 아니신가요?”

“네! 차장님 안녕하세요. 네 제 손님 맞습니다!”

“아 이손님 노쇼이신데 무슨 일 있었나요? 어젯밤에 체크인을 안 하셨어요”

“네 노쇼요?????”


어제 분명 아무 문제없이 다 출발하신 것 같은데 손님이 호텔에 체크인을 안 하셨다니. 보통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하지 않아서 나조차 당황하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 있었다면 보통 국제전화나 비상연락망으로 새벽이라도 전화가 왔을 텐데 아무 일도 없었다.

먼저 여행사에서 사용하는 항공기 발권 시스템을 이용해 조회를 하게 되면 손님이 탑승하였는지, 체크인을 하였는지 확인이 가능해서 우선 단말기 먼저 확인했다.

왕복으로 발권된 항공권 중에 한국-괌으로의 편도항공권이 “USED / FLOWN”으로 조회되었다. 승객이 공항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해 탑승하였다. 그리고 항공기는 운항을 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니, 비행기를 타고 가셨는데 왜 호텔에 체크인을 안 하셨을까…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지만 가장 간단한 건 손님께 직접 여쭤보는 방법밖에.

 

혹시 몰라 휴대폰으로 먼저 전화를 걸어봤다. 그런데 전화가 정상적으로 걸렸다. 현지에서 로밍을 하게 되면 괌 현지 로컬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가 연결이 되더라도 연결음이 다른데 통화 연결음이 국내 연결음과 똑같았다.



“여보세요”

“네 ㅇㅇㅇ 고객님, 여행사인데요 어제 도착하셨어야 하는데 호텔에서 체크인을 안 하셨다고 연락이 와서요”



“네, 면세까지 다 찾아서 비행기 탔다가 남편 때문에 내리라고 해서 내려서 지금 집이에요”

“네?????”

“남편이 미국 입국 거절되었다고 비행기 탑승하고 난 이후에 알려줘서 다시 내렸어요”



당황한 건 나 역시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사후처리를 해 드려야 하니 우선 통화를 급하게 끊고, 항공사 노선 담당자를 통해 상황을 파악을 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주노선의 경우에 한국 출발 시 항공사 카운터가 다른 노선보다 일찍 마감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

한대의 항공기에 170여 명이 탑승한다고 하면, 마지막 승객까지 체크인 한 이후에 승객 정보라고 하는 APIS (Advance Passenger Information System)를

미 법무부에 제출하는 시스템에 전송을 하게 되고 일정 시간 이후 미 법무부에서 승객들의 이름, 생년월일 등을 조합해서 과거 미국 불법체류 내역이나 범죄 내역 등을 걸러내어서 다시 항공사 측에 ‘승인되었으니 모든 승객을 운송해도 좋다.’라는 최종 확인을 해주는 단계가 있다고 했다.


혹시라도 미 법무부 블랙리스트 내에 있는 승객이 탑승수속을 했을 경우 항공사 측에 미리 연락을 해 미국행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 손님의 경우에 이 블랙리스트에서 걸러져 입국 거부가 된 것이다. 만약 이 승객을 미국까지 운송하여 입국심사대에서 입국 거부를 당 할 경우에는 더 머리가 아파지는데 손님은 이민국을 떠나지 못하고 항공사에서 마련해준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그날 바로 귀국하는 항공편으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손님을 운송한 항공사는 법무부에 페널티나 벌금까지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미리 정보를 알려주어 불필요한 입국을 막기 위한 제도인 것 같기도 했다.


이 상황 역시도 손님은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권하셨지만 이용하지 못했기에 환불 처리되고, 현지 호텔에도 상황을 설명하여 전액 환불되는 것으로 처리가 되었다.

금액 환불을 위해 다시 연락드렸더니 예약을 진행하셨던 손님은 내게 푸념을 하셨다.


“남편이 20대에 미국에 1년 정도 유학을 갔었다는데 받았던 비자 유효기간보다 4일 정도 오버해서 체류하고 귀국했고 귀국 시에 미국 은행계좌도 닫지 않고 나왔다고 하네요. 지금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저는 15년 전에 남편이 미국 유학한 줄도 몰랐고 본인도 20대 초반일 때 일이라 까마득해서 생각지도 못했다고 하네요. 저도 지금 화가 많이 났는데 남편한테 뭐라 하지도 못하고 답답해 죽겠어요. 지금 남편도 저도 직장에서 겨우 뺀 휴가기간 동안 뭘 해야 할까 너무 암담하네요.”


미 법무부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는 굉장한 극비이겠지만 15년 전 20대 청년이 불법체류를 한 사실까지 레코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내가 진행해드린 손님이 성함과 생년월일로 블랙리스트에 걸렸고, 입국 거부로 된 것이었다.

미 본토 메인주를 방문할 때에는 정식 미국 방문 비자나 ESTA라고 하는 전자여행 허가제가 필수여서 출발 전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고 승인을 거치는 단계가 있는데 정식 주가 아닌 미국령 괌은 한국인에겐 이런 비자 시스템 없이 방문이 가능한 곳이어서 미리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정말 허무하고 황당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추운 겨울인 한국을 떠나 남태평양 휴양지에서 시원한 여름복장과 선글라스를 끼고 에메랄드 빛 해변을 거닐 상상을 하고 기대하셨을 테고 해외여행의 묘미는 바로 면세품 쇼핑 아닌가. 시내 면세점 구경도 하고 인터넷으로 필요했던 물건들의 면세 가격에 놀라면서 쇼핑 바구니를 가득 채우기도 한다. 출발 당일에 느끼는 설렘은 어떤가. 공항 수속할 때 두근거림, 직원에게 건네받은 탑승권으로 인증샷도 찍고 공항 놀이도 만끽하고 면세품도 찾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탑승 안내 방송을 듣고 탑승 브릿지를 통해 항공기를 탑승해 내 자리를 찾아가서 앉는다.


이제 비행기만 이륙하면 되는데 갑자기 승무원이 찾아와 비행기를 내리라고 하다니. 그리고 소중한 면세품까지 반납해야 한다. 정말 영화 같은 상황이다.

여행사 업무를 하다 보면 이렇게 안타까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일했던 팀의 경우 모두 한 오지랖 하는 경력자들이 많은 팀이었는데 이 손님 사연을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했더니 모두들 하나같이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으로 오늘 저녁에 바로 출발이 가능한지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우리 모두 같은 직장인이고 얼마나 어렵게 휴가를 내는 것을 알고 공감하기에 여행은 하루 줄더라도 어디든 갈 수 있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손님께서 괌 여행비용으로 지불했던 금액은 전액 환불이 가능하니, 이 금액으로 갈 수 있는 휴양지를 뒤졌더니 마침 필리핀의 세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를 당일 저녁 비행기로 출발 가능했고 물가가 싼 지역이라 괌 여행 호텔보다 더 좋은 리조트의 객실도 투숙 가능했다. 선택권을 몇 가지 추려 전화를 드렸다. 첫 번째는 여행비용 전액 환불, 두 번째는 세부 여행 세 번째는 코타키나발루 여행.


기운이 없었던 손님의 목소리는 소식을 들으시자마자 밝아지셨고 일정표를 문자로 보내드렸으니 보시고 진행 원하시면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니 1시간 이내로 연락 달라고 했다.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손님께 전화가 다시 왔다.


“정말로 오늘 갈 수 있어요?? 담당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근데 남편과 상의할 필요 없어서요 남편은 지금 선택권이 없거든요, 세부 여행 바로 진행해주세요.”

“네! 바로 예약 진행하고 발권하겠습니다. 캐리어 아직 안 푸셨죠? 날씨 비슷한 휴양지고 환전해두신 달러는 세부 가셔서 페소로 바꾸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면세점에도 바로 전화하셔서 오늘 재출국한다고 킵해달라고 요청하세요”


세부 여행 담당자 역시도 손님 사연을 듣고 일사천리로 업무를 진행해 주었고 유의사항 안내까지 모두 매끄럽게 진행해드렸다. 마치 합이 잘 맞는 배드민턴 경기 듀오 같았달까. 그렇게 해서 좌절되었던 괌 여행이 하루 만에 세부 여행으로 바뀌어버렸고 손님은 이틀 연속으로 공항에 나오셔야 했지만 즐거운 휴가를 보내실 수 있었다.


여행사 업무를 하다 보면 가끔씩, 아니 자주 이렇게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사건 사고 때문에 빠르게 처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 손님 케이스처럼 빠르고 짜 맞춘 것처럼 일이 풀려서 해결이 되면 거기에 대한 알지모를 희열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세리머니를 해야 한다. 세부 여행 진행 마무리 잘 해준 과장님께 사내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다.


“과장님, 빨리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맥주 한잔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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