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by 안창현

[생각]

: 1.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따위의 정신 작용

2. 경험해 보지 못한 사물이나 일을 머릿속으로 그림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오래 생각한다. 어떤 주제가 머릿속에 던져지면 혼자 토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강사가 된 것처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었다”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에게 그 말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의식적으로 하는 생각과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길을 걸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며 걷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간판을 보고 저긴 식당이구나 싶고, 도로 위의 차들을 보며 오늘은 길이 막히는구나 생각한다.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내가 안고 있는 고민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생각은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도 많다. 가장 가까운 예로, 내 아내가 그렇다. 예전에 아내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무슨 생각해? 평소에 걸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해?”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생각을 왜 해? 그냥 걷는 거지.”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생각을 덜 하며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어쩌면 생각을 없앤다기보다, 생각에 오래 붙들리지 않는 사람들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나 역시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고 싶어질 때가 있다. 생각이 많으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많다는 게 정말 안 좋기만 한 걸까.

물론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망설이게 된다는 점이다. 여러 생각은 해야 할 이유만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까지 찾아낸다. 그러다 보면 행동은 늦어지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생각만 하는 사람, 계획만 세우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쉽다.


나도 그랬다.

나는 커다란 숲만 바라보면서, 정작 그 숲을 이루어야 할 작은 새싹들은 내 발로 밟고 있었다. 생각은 계속 꼬리를 물었고, 나는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더 많이 찾고 있었다. 그렇게 목표했던 것들을 해내지 못한 순간마다, 결국 다시 나 자신을 자책했다. 참 바보 같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생각이 많다는 걸 무조건 단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생각이 많다는 사실보다, 그 생각을 안에만 쌓아두는 데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다.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늘 꿈틀거렸다. 그래서인지 그 생각들을 종이나 공책, 수첩 같은 곳에 옮기는 걸 좋아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때부터 이어져 온 습관인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거기서 하나의 답을 찾은 셈이다. 생각이 많다면, 그 생각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것. 안에서만 맴도는 생각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밖으로 꺼내면 비로소 쓰임이 생긴다. 그 방법은 꼭 글쓰기만은 아닐 것이다. 글로 쓰든, 그림으로 그리든, 무언가를 만들든, 결국 중요한 건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많아지면 으레 하지 말아야 할 이유부터 찾게 된다. 그럴수록 오히려 먼저 움직여 보는 편이 낫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것들이 조금씩 실체를 갖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일도 비슷하다. 책은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게 해 준다. 해결되지 않은 걱정과 고민은 생각을 더 길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타인의 생각과 문장을 통해 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미처 보지 못했던 방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결국 생각이 많다는 건 그 자체로 단점이 아니다. 그 생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나를 지치게 하는 짐이 될 수도 있고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생각을 꺼낼 수 있게 된 사람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