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뒤늦게 나를 돌아보는 일

by 안창현

[성찰]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


나는 작년 말부터 성찰의 시간을 계속 가지고 있다.

사람은 왜 항상 지나간 뒤에 후회하고, 바닥 끝까지 내려간 후에야 깨닫는 걸까. 나도 이제야 바닥인 걸 깨닫고, 그제야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몇 년 동안은 코로나 때문이겠지,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쨌든 결국에는 내 선택들이 그런 결과로 나를 데려갔고, 바닥에 닿아서야 그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제야 나를 다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나 자신을 다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 오고 행동해 왔던 것들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나라는 사람은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나 자신에게 되묻고 확인했다.


그렇게 되돌아보면 나는 참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물론 예전에도 그런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는 있었지만, 나 스스로 그걸 숨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꿈은 크고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놓고는 ‘이렇게 하자’ 하고 계획은 세우지만, 정작 행동은 거기까지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어릴 때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편이어서 학원도 외고 입시반 같은 곳을 다녔었다. 그때 학원비가 55만 원 정도였는데, 그걸 알게 된 나는 학원 가기 싫은 핑계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어머니께 학원을 잠깐 쉬자고 얘기했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결국 몇 달 쉬기로 했고 나는 그 이후로 학원을 나가지 않았다.


그 후로도 꿈은 컸다. 기존에 있던 교재들과 영어 테이프 같은 걸 보면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무슨 요일엔 뭘 하고, 어디까지 공부해서 좋은 학교에 갈 거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결국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 이후로 공부보다는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계획만 세웠던 그 꿈은 점점 내 현실에서 멀어졌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2학년 동안 공부와는 거리를 두고 살다가 고3이 되어 현실이 코앞에 닥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또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나도 안 한 놈이 이과에 갔으니, 지금 시작한다고 뭐가 달라질 리가 없었다. 그래도 고1 과정부터 하나하나 해보겠다고 인강을 보고, 독서실에 다니고, 나름 뭐라도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때도 행동보다는 생각과 말이 앞섰고 결과는 뻔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전문대에 들어갔고, 그때마저도 나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열심히 새벽에 일어나 공부해서 편입해서 좋은 대학으로 다시 들어갈 거야’라고 생각했다. 광화문 근처 토익 학원 새벽반을 신청해서 다녀보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졸음을 이기지 못해 학원에서는 잠에 취하기 일쑤였고, 학교 도서관에 가서도 딴생각만 하다 그냥 앉아 있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나는 자퇴했고, 지금 하는 일의 시작이 되었던 식당 주방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도 나는 계속 계획은 기가 막히게 세우면서, 행동은 그에 맞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렇게 큼직한 일 몇 개만 써두어서 그렇지, 소소한 저런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차라리 계획 없이 우선 들이대고 행동하면서 조금씩 수정해 나갔던 기억들이 오히려 결과가 더 좋았다.

그 시작이 바로 대학을 자퇴하고 요리를 하겠다고 주방에 들어간 일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는 홀서빙에서 주방으로 들어가 일을 했다. 잡생각 없이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잘 맞았던 것 같고, 같이 일하던 형들도 잘한다고 해줬었다.


때마침 내 인생의 진로를 고민하던 때이기도 했다. 공부를 해서 편입을 노릴 것인지, 자퇴하고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 고민하다가 얼마 안 가 자퇴하기로 마음을 먹고 부모님과 담판을 지었다. 어머니는 그 이후 몇 년 동안 반대하셨지만, 아버지는 내 생각을 들으시고는 알겠다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요식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어느덧 1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말과 생각이 앞서긴 하지만, 또 그렇게 완벽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 분명 뭔가 답이 보이면 일단 돌파해 보는 스타일이고,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든 우선 시도했었던 것 같다. 대학을 자퇴할 때가 그랬고, 2017년에 유학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작은 파스타 가게를 시작한 것도 그랬다. 코로나 때 샐러드 가게를 하나 더 차린 것도, 작년에 9년 동안 영업하던 레스토랑을 폐업하고 다시 새롭게 닭볶음탕 매장을 시작한 것도 그렇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종종 계획만 세우고 잘 실천하지 못했던 과정들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되돌아보면 결국 나는 시도 속에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도하면 되는데 왜 늘 말과 생각이 앞서는 행동을 하고, 그걸 나 자신이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 같은 그 모습이 정말 싫어질 때가 있다. 너무나 큰 미래만 보고, 그 미래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거늘, 나는 머리로만 노력하고 몸으로는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봤을 때 ‘이거다’ 하는 자신감이 생기면, 그땐 어떻게든 우선 해보려고 부딪혀봤다.


지금도 그 과정의 중간쯤에 있다. 여기서 한 발 내딛고 시도를 해보느냐, 아니면 또 생각만 하다가 제자리에 주저앉을 거냐 하는 건 결국 내 선택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 몫이다.

나는 그 선택을 조금 더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이 바로 그 시작점이다. 근 몇 달 동안 책을 읽고, 자기 성찰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단점도 어느 정도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느낀다.


지금 이 순간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성찰’이라는 행위는 꼭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일깨워준 건 어쩌면 바닥까지 내려왔던 나 자신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듯이, 성찰을 통해 그 기회를 보았고 나는 이번에는 시도를 통해 그 기회를 붙잡아보려고 한다.


비록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나은 결과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위기가 있을 것이고, 지금 그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그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아보기를 바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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