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

by 안창현

[운]

: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


나는 운을 믿는다. 확실히 운은 존재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생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운을 빼고 설명하기란 너무나 힘들다. 사전적 의미로도 나오듯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사람을 웃게도 울게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운이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뭐든 부딪혀보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모두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 성공을 못 하면 '열심히 하지 않은 거다'라고 오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삶을 되돌아봐도 그렇고 주위를 둘러봐도, 정말 열심히 사는데 잘 안 풀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가 봐도 한량처럼 막 살더라도 잘 풀리는 사람이 있다. 물론 세세하게 파고들면 전자는 열심히 하는 척만 했고, 후자는 한량처럼 살더라도 뒤에서 치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열심히 했지만 방향성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놀면서 했더라도 방향이 기가 막히게 맞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어찌 보면 '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하는 그 기준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구나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열심히'의 기준은 무엇이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 여러 사람의 노력을 절대평가 하듯 점수 매길 수 있을까?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노력이 100점이고, 달성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이 30점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나도 모든 게 다 운이었다고 말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정말 열심히 해도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결과를 '내가 못나서', '내가 덜 노력해서'라는 자책으로만 귀결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운이란 영역을 그냥 받아들이는 태도다. 치열하게 해왔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번엔 운이 좋지 않았네' 하고 담담히 받아들인 뒤,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는 거다.


나는 이 '운'에 대해서, 10년 전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뼈저리게 공감하게 되었다.

27살에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쉬는 날까지 줄여가며 나름 열심히 살았다. 다섯 테이블 남짓한 작은 매장이었지만 매출도 잘 나왔고 동네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29살에 이곳저곳에서 1억 원을 끌어모아, 골목 안쪽을 벗어나 역 근처 먹자골목으로 확장 이전을 했다. 오픈 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매출이 오르는 걸 보며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 날벼락인지,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쳤고 나는 그 파도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한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파도는 2년이 넘도록 물러가지 않았다. 1억 원이었던 빚은 두 배가 넘게 불어났고, 나는 아직도 그 빚과 씨름 중이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새벽4시반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해 투잡을 뛰기도 하고, 거리두기로 장사가 곤두박질칠 때는 가게 일이 끝나고 심야 배달 알바까지 뛰었다. 이렇게 보면 내가 열심히 안 한 거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까?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그렇게 얘기 못 하겠다. 물론 무모하게 1억을 빌려 확장을 결심한 것도, 그 시기를 택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성공하고 싶었고 잘할 자신도 있었으며, 어느 정도 결과로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발악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다.


나의 그 뼈아픈 실패를 오로지 '운'으로 포장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그 안에는 내 오판도 섞여 있었고, 나도 사람인지라 매 순간 100% 치열했던 것만은 아닐 테며, 무언가 다른 돌파구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 지독한 시기를 겪으며 운에 대해 깊이 생각했고, 결국 인정했다. '내가 진정 피 토하게 노력하더라도 안 될 때도 있겠구나', '사람 일이란 게 항상 생각대로만 되진 않구나', '결국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운을 핑계 대며 노력하지 말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운'이라는 파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 역시 코로나 때는 퇴근하는 차 안에서 억울함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던 걸까' 하며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결과에 얽매이며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그 대가로 우울증이 찾아왔고, 심각했을 땐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자기 성찰을 하며 단점을 파악해 보완하고, 책을 읽으며 자기중심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를 하려고 애썼다.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비로소 '운'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짓누르던 우울증도 옅어지고, 긍정적인 생각도 의식적으로 더 하게 되며, 삶의 방향이 한결 건강해졌다. 이제는 이 지독했던 고통조차도, 나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거대한 운'의 과정이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몹시 힘든 시기가 있고, 뭘 하든 꽉 막혀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고. 지금 이 실패조차, 나를 더 큰 목표로 밀어붙이는 '거대한 운'의 일부일 수 있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정직하게 나아가면서, 그에 따라오는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다시 묵묵히 걷는 것.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는 중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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