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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Jul 27. 2023

습관에 대하여

너무 거창하지 말 것

새해부터 시작된 나의 다이어트는 7월 말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와이프의 독려와 잔소리에도 나의 살들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있다. 바디프로필을 했을 때만 해도 74kg이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95kg까지 찌게 되었다. 아침에 단식도 하고 운동도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2번 정도는 가고 있는데 살이 계속 찌다니... 문제가 뭘까?


사실 나도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서는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그 방법론들에 대해 아주 해박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나의 다이어트는 33살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결혼 전만 해도 다이어트에 좋은 습관을 잘 들여서 80kg 초반의 몸무게를 유지했었다. 간식 안 먹기, 카페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기, 양념되어 있는 음식류 최대한 안 먹기, 국물 안 먹기 등 좋은 습관을 꽤 오랫동안 유지했었다. 그 당시에는 오히려 양념이 되어있거나 달달한 카페 음료가 싫을 정도였으니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었던 나도 나름 보통의 체격을 유지했었다.


그러다 와이프를 만나게 되었고, 와이프는 유독 달달한 음식과 양념이 되어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 음식들을 먹어도 날씬했었고, 데이트를 하면 내가 안 먹었던 음식을 먹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살찌는 음식들에 자연스레 노출되었다. 그 후로는 그런 음식들에 중독이 되었고, 어느새 살은 85kg까지 찌게 되었다.


와이프와 결혼하고 나서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블랙커피 대신 회사에 있는 믹스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식간에 아메리카노를 먹다 보니 양념이 된 음식류를 먹어도 85kg 이상으로는 살이 찌지 않았는데, 달달한 커피와 음료들을 자주 먹다 보니 결국 90kg을 넘기게 되었다. 나름 아침에 단식까지 하던 상황에서도 인슐린의 폭발을 일으키는 달달한 음식을 먹다 보니 살이 더욱 쉽게 찌게 되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도 나쁜 식습관을 여전히 고치지 못했고, 운동은 한다지만 맛있는 음식을 너무 자주 먹다 보니 그 효과가 크지가 않다. 나름 크게 각오를 하고 풀떼기만 먹는 생활을 해보려고 시도해 봤지만 그마저도 며칠을 못 가고 실패했다.


그러던 와중 한 유튜브에서 습관과 관련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인간이 좋은 습관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뇌에 그 보상이 느리게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쁜 습관들(달달한 음식, 게임, 담배, 술 등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행위들)은 뇌에게 기쁨이라는 보상이 바로바로 오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나쁜 습관을 더욱 선호한다고 한다. 좋은 습관들은 보상이 느리게 오기 때문에 나쁜 습관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제거가 되어 버린다.


좋은 습관을 평생의 습관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이 너무 거창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다이어트를 한다고 저녁을 굶는다던가, 새벽에 안 가던 헬스장을 간다던가, 탄수화물을 아예 안 먹는다던가 하는 등의 효과는 크지만 거창한 계획들은 잘 지키다가도 습관이 들기 전에 힘들어 포기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소소한 습관을 다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한다면 간식을 줄인다던가, 운동 횟수를 2 번가던 것을 3번으로 늘린다던가 하는 점진적인 변화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조금씩 쌓여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에 우리의 뇌가 느린 보상을 자주 느끼게 되면 좋은 습관을 우선순위에 둔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새해에 결심했던 좋은 습관을 연말까지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그 계획들이 거창해서 이다. 누군가는 수년에 걸쳐 만들어 온 좋은 습관을 하루아침에 이루려고 하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나도 이제는 살을 빼기 위해서 간식을 줄이는 것부터 실천해 보려고 한다. 솔직히 95kg은 나의 다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숫자다. 오늘부터 너무 거창한 다이어트 계획 말고 간식을 줄여나가는 등의 소소한 습관들을 점점 늘려나가 좋은 습관이 나의 뇌에게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천천히 실천하여 다이어트에 성공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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