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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양훈 Mar 06. 2022

세상에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다.

가끔, 있기도 하다.

  카페 운영을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을 하다 보니 어려운 현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플랜 B를 준비하지 않으면, 나와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큰 부와 명예보다는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 내 삶에서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돈은 많이 벌 수 있지만 내 시간이 적어지는 사기업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상대적으로 개인 시간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관리 교직원이 되기 위하여 준비를 시작했다.

  시설관리 교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사 자격증 취득이 필수다. 지원자격 자체에 명시가 되어있는 기사 자격증이 있어서 아침시간을 이용하여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공부지만 그래도 예전에 했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바디 프로필 준비와 가게 운영을 함께 하려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약간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실질적으로 노렸던 시험 회차는 4월 말에 보는 2회 차였는데, 3월 초에 보는 1회 차에 붙고 싶은 욕심에 약간은 무리를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보는 시험인 기사시험은 결국, 기출문제를 얼마나 많이 푸느냐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이다. 특히, 이번에 내가 보는 종목은 계산문제보다 암기를 하여서 서술 문제를 찍는 문제가 많아, 더욱 기출문제에 대한 중요도가 높았다. 보통, 기출문제를 10년 치('시험이 1년에 3번이라 30회 정도의 분량이다') 정도는 보고 가야 무난하게 합격을 한다. 

  어느 정도 개념을 알아야 했기에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기출문제를 풀 시간이 딱 1주일이 남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확진까지 되어 기출문제를 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소문에 오미크론은 일반 감기라더니, 4일 동안 목 통증과 두통으로 기출문제는 손도 못 댔다. 1회 차 시험은 거의 망했다고 봐야 했다. 

  그래도 최선은 다해야 했기에 남은 3일 동안 기출문제 5회분을 풀고 오답정리를 하였다. 나름 또 5회분 정도 풀었다고 '혹시나 턱걸이로 붙지는 않을까?'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간은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찍기 신공까지 알아보며, 코로나 격리가 해제되던 날 당당하게 시험장으로 향했다. 

  그래도 나름 5회 차까지 풀어서인지 익숙한 문제들이 속속 나왔다. 내가 확실히 풀었다고 생각되는 문제수를 세어보고, 찍기 신공까지 하면 정말 턱걸이로 간신히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지막으로 검토를 마치고, 과목별로 조금 나온 숫자를 찍어서 시험을 마무리했다. 시험은 11시에 끝이 났고, 필기시험 답안은 14시에 나온다고 했다. 남은 3시간이 정말 길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아내와 TV를 보면서 가답안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기다렸다. 길고 길었던 3시간이 지나고, 채점 시작! 총 4과목 중 3과목까지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맞았다. 더욱이 마지막 1과목은 시험 볼 때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에 '진짜 턱걸이로 통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문제를 틀렸고, 특히 찍기 신공이 나를 배신했다. 내 생각으로는 과목별로 정답의 숫자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맞춰 놓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체 종목에 대한 정답의 숫자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찍기만 제대로 했어도 이번에 붙었을 텐데... 조금 많이 아쉬웠다. 

  한 편으로는 '이게 정말 세상의 이치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고작 60점만 넘으면 되는 기사 자격증 시험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60점을 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을... 


  32살의 3월, 오늘도 당연한 이치를 이렇게 우연한 하루에 제대로 배워간다.


  이번 불합격이 어떻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자격증 취득은 조금 늦어질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공부하는 기사 자격증의 본질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었고,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다음 2회 차는 정말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통해 당당하게 합격할 것이고, 멋진 플랜 B를 완성해서 나와 내 가정을 멋지게 지켜낼 것이다. 오늘도 나처럼 열심히 살고 있을 대한민국의 가장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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