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어른이 되기 싫어졌다

자유라고 믿었던 책임의 무게

by HS

어른이 되고 싶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초등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던, 늘 그렇듯 평범한 하굣길이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옆에 있던 친구는 물었다.

"넌 어른이 되면 뭐 하고 싶은데?"

우린 각자의 꿈을 이야기했다.


친구와의 즐거운 잡담은 길어졌고 대화가 끝나도 그 질문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 남았다.

생각은 어느샌가 고민이 되어있었다.

"나는 어른이 되면 뭘 할까..?"


"어른"

그 단어는 어린 시절의 내 시선에서는 자유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나처럼 매일같이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정해진 만큼 공부를 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부모님한테 혼날 일도 없을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놀고 싶은 대로 놀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이 깊어질수록, 내가 생각한 것과 어른은 다르단 걸 알게 되었다.

엄마는 항상 화가 나 있었다.

말 안 듣는 아들 둘을 키우느라,

아빠는 항상 잠만 잤다.

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내가 본 어른들은 항상 일에 치여 살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 크게 지쳐있었다.

늘 돈에 집착했고, 한숨과 함께 커피와 담배, 술에 묻혀 살았다.


막상 어른들을 보니, 친구와 함께 웃으면서 했던 이야기는 어느샌가 잊혔다.

그저 어른들은 힘들다는 것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느 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왜 날 낳았어요?"

엄마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러게다. 나도 후회한다. 돈이 없으면 낳질 말아야 했는데.."

돈은 어른들을 움직인다.


하지만 선생님은 말했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어요."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본 어른들은 모두 돈만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세상엔 그러한 속물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그럴싸한 한 마디.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을 걷다 보니 믿음은 의심으로 바뀌어갔다.

"진짜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을까?" "엄마는 돈을 준다면 나를 팔까?"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돈만 생각하게 된다는 게 아닐까?"

나는 어른이 되기 싫어졌다.


언제나 술에 취해 욕하고, 화내고

찌든 담배냄새가 코를 찌르고

뭐가 맛있는지 모르는 쓴 커피를 자꾸만 마셔댄다.

난 그게 싫었지만 사실 그건 그들이 하루를 악착같이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약 같은 것이라는 걸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어른은 더 이상 자유로운 무언가가 아니게 되었다.

어른의 삶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린 따뜻함 속에서 주어진 환경을 누리며 그것을 자유라고 불렀을 뿐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어른들의 노력으로 주어진 것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어른이라는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가 목줄을 차고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른은 무작정 좋은 게 아니다.


그들도 아이였다.

모두 필사적으로 참았던 것 같다.

아이에게 항상 어른들의 좋은 점만을 보여주었다.

술을 마실 수 있다.

운전을 해서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

돈이 있으니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엔 자식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했고 실수 한 번에도 식은땀을 흘리며

내일은 어떻게 버틸지 한숨을 쉬며 막막해하는 어른이 있었다.


보호를 통제로 받아들이고

책임을 자유로 보았다.


나는 어른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그 무거운 책임감이, 차가운 현실이

하지만 몸과 정신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만 가고 결국 나는 어른이라는 틀에 끼여 나갈 수 없어졌다.

어른들은 이 속에서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

가족, 연인, 친구

자식의 미소에 힘들었던 일과가 씻겨나가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서 미래를 꿈꾸고

친구가 무심한 듯 던지는 위로의 말 덕분에 버틸 수 있는 힘이 난다.


이제 나에게도 그 차례가 왔다.

힘들겠지만 나도 버텨야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

나는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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