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그의 지극한 은혜 바라기 사랑은 매 끼니때가 되면,
밥을 먹고 오라고 종용한다.
정작 본인은 먹기 싫다고 하면서 나 더러는 뭐라도 먹으라고 보챈다.
"그럼, 먼저 뭐라도 먹는 거 보고 먹으러 갈게"
"너 먼저 먹고 오면 먹을게"
나도 덩달아 먹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원래도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는 대충인 편인데, 응급실에서는 더 둔해진다.
하도 보채니 얼른 밥을 먹고 와야 할 것 같아서 텀블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온도 변화도, 밝기도 변화가 없는 응급실에서 밖을 나오니 어제보다 싸늘한 기온이다.
춥거나 말거나 뭘 먹고 들어가야 하나 생각하면서 푸드코트를 찾아 일부러 밖을 걸었다.
지하 1층 푸드코트 메뉴판에서 차돌된장찌개가 보였다. 그래, 저거나 먹자.
맛있게 생긴 차돌된장찌개를 앞에 두고
"하나님, 저 혼자 밥을 먹어요...."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번뜩 텀블러가 생각났다.
밥을 먹고 커피를 담아가고자 가져온 텀블러를 열어 밥 두 숟가락에 된장찌개를 듬뿍 담았다.
맛을 보니 그가 좋아할 것 같다.
신나게 담아서 식을까 뚜껑을 닫아두고, 다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에게 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잘 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내가 밥을 그토록 빠르게 먹은 적이 있었나?
된장찌개에 만 밥이 퍼질까 서둘러 먹고 응급실로 돌아왔다.
" 일어나서 점심 먹자. 엄청 맛있는 된장찌개를 담아왔어"
짜기도, 식기도 해서 뜨거운 물을 조금 더 넣어 종이컵에 덜어 그에게 주니, 두 숟가락 먹다가 울컥 그가 운다.
여러 마음을 숨기면서 참았던 그가 운다.
같이 울다가 먼저 멈춘 건 나였다.
그가 우니 내 허리에 , 마음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돌봐야지. 정신을 차리자.
" 지금 잠시 지나가는 거야. 지금까지 잘 버텼잖아. 곧 괜찮아져. 밥 먹고 힘내야지."
지금처럼 아파한 적이 없었음에 고통의 무게를 짐작한다.
밤새 아프다고 고통스러워했던 것도 봤다.
그렇더라도 같이 울 수만 없어서 엄마처럼 품어 주다가 다시 밥을 먹였다.
담아 온 보람 있게 그가 조금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하여간 나는 먹이는 데는 선수다.
텀블러를 씻어오면서 "여보, 저녁은 미역국을 먹어보자" 다시 희망을 담아 와야지.
응급실 한쪽에서는 어제부터 환자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린다.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울부짖을까. 그는 살고 싶을까? 죽고 싶을까?
그저 고통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듣는 우리도 버겁다. 어서 응급실을 벗어나야 되는데.
주일 오전 응급실은 한산하다.
그래, 응급실도 "주일은 쉽니다"로 환자가 안 왔으면 좋겠다.
울며 먹은 점심 후 달게 잠을 잔다.
나도 같이 푹 잠들었다. 꿈속에서 어린아이 손톱, 발톱을 아주 정성스럽게 깎아주는 꿈을 꾸다가 깼다.
저녁이 되니, 다시 응급실에 사람들이 찬다.
주일이 끝나가나 보다.
장로님 내외가 된장국에 찰밥을 해서 갖고 오셨다. 응급실은 면회가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오셔서는 밖에서 받았다.
섬기는 것을 기뻐하시는 분들께 100세까지 건강히 좋은 모습으로 사시라고 축복을 해드렸다.
또 다짐을 한다.
나는 아주 잘 살면서 내내 갚고 살 거라고.
지금은 그저 감사히 받기로 했다.
25.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