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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17. 2022

똥인지 된장인지

우리도 그녀들처럼

카톡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울 일인지 싶어

어제 하루 종일 카톡이 안되니 세상이 조용해진 느낌이었어 

뭐랄까 우리가 너무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다녔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없으니 불필요한 광고 메시지도 안 오고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 표시도 없고

쓸데없는 곳의 에너지가 줄어드니 좋았어.


주말은 그냥 쉼을 갖고 싶은데 이번 주도 이런저런 행사로 바쁜 주말이었어

이번 토요일은 오전, 오후 아이들의 스케줄이 끝나면 그냥 누워서 편안히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그런 쉼을 줄 여유가 없었어

그 와중에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하나의 숙제가 있었어

출근시간에 운전을 하지 않고 운동도 할 겸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한 번은 체험을 하고 결정하자는 마음이 컸어 

그래서 일요일 오전 둘째 스케줄을 끝내고 난 시간이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가 나의 성격상 또 1주일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게 싫어서 하자 

싶어서 나가게 되었어

정확히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스톱워치까지 켜고 움직였어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25분 정도를 

더 걸어야 도착하는 거리였어

걸리는 시간은 1시간 9분. 걸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아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고 강둑길을 느긋하게 걸었다면 해가 지는 풍경에 매료되어 잠시 

힐링의 시간이 되었을 텐데

그렇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 걸음수도 만보를 채우지 못한 거야 

그 걸음수 덕분에 난 험난한 여정을 다시 시작했어

왔던 길로 다시 가기는 싫어서였을까? 남구에서 시작한 나의 여정은 

동구, 북구, 중구, 수성구를 거쳐서 남구에 있는 우리 집에 도착한 거야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였어 집 근처에 가까이 오니 10km를 걸었더라고

중간에서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그렇게 앉았다가는 택시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아서 머릿속에 온통 집 근처에 가서 

앉자 라는 마음으로 뚝심 있게 걷고 나의 여정은 끝이 났어

거기서 스톱워치를 켜니 2시간 59분이었어

2시간 20분은 걸었어. 그래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어 


내가 지하철을 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이유 중에 생각보다 긴 이동시간이 문제였고

지하철에 앉아서 강의를 들으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강의에 집중을 할 수 없었어

맞은편에 앉아 꽁냥꽁냥 하고 있는  커플,  친구와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할머니들 

그런 곳에 시선이 끌리다 보니 지하철역을 나오면서 느낀 건 에너지를 불필요한데 쓰게 되는구나 

였어

그래서 운동은 퇴근해서 시간을 내어서 해야겠다는 결론이야.


난 누가 말해서 이렇다 저렇다로 판단이 안되나 봐 무조건 부딪혀 보고 하는 성격인 거지

그러니 걸으면서 동생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하다 보니 걷게 되었다고 하니깐

막 웃으면서 '우리 식구는 왜 이렇게 다 똑같냐고,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이냐고" 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

넌 어떠니? 너도 직접 경험한 걸 믿는 편이니?

어른들 말이 생각이 나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냐'라고 하는 말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난 내가 겪지 않은 것을 갖고는 이야기 못하겠어

오늘도 난 여러 가지의 시행착오를 겪어보려고 하는 나를 멌지 사람이라 표현하며 마무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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