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보다 하고 싶은 마음을 따르기로
“나 시간이 없어, 바빠.”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거 아냐?”
“그거 해봐야 소용없다던데… 해서 뭐 해.”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나는 늘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는 사람이었다.
그 이유들이 또 꽤나 타당하게 들려서,
결국 나 자신이 만든 논리에 빠져
쉽게 시작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
몇 년 만에 찾아온 일할 기회에도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라는 이유로 망설였다.
직장을 다니다 출산 후 곧바로 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짧아진 커리어에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 움직이지 않은 건 내 선택이었다.
육아로 지쳐 아침마다 피곤했지만,
운동을 하지 못한 이유도 늘 합리적이었다.
“운동하면 더 피곤해서 아이를 잘 못 챙길 거야.”
“시간이 없어.”
그렇게 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조용히 닫아두었다.
어느 날,
그동안 시작하지 못한 일들과
그 이유를 종이에 적어보았다.
적어보니 비로소 보였다.
내가 진짜 원했던 것과,
하지 못한 진짜 이유가.
커리어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사실 나는 일보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출산 후에는 왜 늘 여자의 상황만 바뀌는 걸까?”
라는 불만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불평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숨어 있었다.
일과 육아를 완벽히 병행할 자신이 없던 나는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금은 일보다 육아에 집중하자.’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도 같았다.
체육을 가장 싫어했던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자기 의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 두려움은 놀랍도록 쉽게 사라졌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을 때는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먼저 물어보자.
진심으로 원한다면,
거창한 계획 없이 그냥 시작하면 된다.
막연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닫혀 있던 문들이 하나둘 다시 열린다.
두려움을 품고 시작한 첫 운동, 테니스.
이제는 테니스를 더 잘 치고 싶어서
러닝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함께 한다.
건강한 식단까지 챙기게 되었다.
테니스는 내게 여러 개의 문을 열어준 첫 열쇠였다.
그리고 요즘,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아이를 독립시키고 난 뒤
인생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던 나는
글이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번엔 그 글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방문자가 많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내 생각과 경험을 써 내려가며
새로운 대화를 배우고 있다.
몇 달, 몇 년이 지나면
이 블로그가 어떤 다른 문으로 이어질지
이제는 두렵지 않다.
그저 설레고 기대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