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2008년생
내 아들이 고3이 되었다. 다른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내 아들이.
권또, 너 왜 고3이니?
그러게, 나 왜 고3?
우리는 본래, 말도 안 되는 말을 주고받는 걸 즐긴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한 명은 고3, 한 명은 고3 엄마가 되었다.
큰일 났다.
고3을 두 달 앞두고, 아이는 난생처음 관리형 독서실에 들어갔다. 등교할 때보다 일찍 일어나고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긴 시간 공부한다. 아침 7시 58분이 되면 독서실앱에서 알림이 온다. "07:58 자녀 등원이 완료되었어요! 열심히 공부하도록 응원해 주세요!" 점심시간이 되면 공부 공간으로 식사가 들어오고 먹고 나면 공기청정기로 환기가 진행된다. 이후 오후 공부를 하고 나면 저녁 식사가 들어온다. 그리고 밤 10시가 되면 다시 알림이 온다. "10:00 자녀 하원이 완료되었어요! 집에서 격려해 주세요."
난생처음 하루 12시간 공부를 해 본 아이는, 난생처음 하루 12시간 휴대폰 없이 공부를 해 본 아이는, 세상에. 은근 신선해하는 중이다. 무려 고3이 되어서 처음 접하는 환경과 경험들. 나는 이러한 상황에 안도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아직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나는 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종종 아이 이야기를 한다. 학생들이 졸려할 때면 이 땅의 K중딩, K고딩의 에피소드를 푼다. 예시 문장을 만들 때는 아이와 나와의 대화를 재현한다. 그래서 내 학생들은 내 아이가 마냥 진짜 '아이'인 줄 안다. 무려 고3인데. 작년에 언젠가 한국어교육원 졸업식 때 내 아이가 졸업식장에 나타난 적이 있다.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졸업식의 흥겨움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학교 구경도 하고 또 어디 가서 이렇게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말하고 K팝을 열창하고 K댄스를 추는 것을 구경하겠느냐면서. 그랬더니 아이가 진짜 졸업식장에 왔다. 아이는 학생들의 졸업 공연을 신나게 구경하고, 내 동료 선생님들과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다.
그때 짜잔, 학생들에게 아이를 소개했다.
여러분, 선생님 아들이에요.
생각보다 너무나 큰 아이(?)의 등장에 학생들은 너무나 놀랐고, 한 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
이거, 아이 아닌데? 선생님. 이거! 남자잖아.
그날 어찌나 유쾌했던지.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던지. 그날 그 광경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권또 미안. 너가 18살이라는 말은 안 했어.
만삭 사진도 안 찍은 내가, 아이 성장앨범도 안 찍은 내가, 육아 블로그도 안 한 내가.
이것만은 남겨야겠다 싶어서 매거진을 시작했다.
아이의 10대를 마무리하면서. 고3의 순간들을 기록하기로 했다.
2026.1.13.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