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니면 아트박스라도
아이는 새로운 자극,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뭔가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새로운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아이가 얼마나 기분이 달라지는지 나는 항상 느낀다. 다니는 학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색달라한다. 걸어 다니던 학원을 버스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조금 낯선 동네로 학원을 바꿔서 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지루함을 깨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집과 학교만 반복하는 지금의 일상들이 얼마나 지루할지 짐작한다. 물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있지만 아이가 가는 학교는 중학교 때의, 초등학교 때의, 그 학교가 아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등교하는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학교 생활을 얼마나 만족해했는지, 그 생각을 하면 기쁘고도 슬프다. 중학교 졸업식 날 아이가 어떠했던지, 스포츠 데이 날 아이가 얼마나 반짝거렸던지, 지금도 그날의 운동장과 아이들과 엄마들이 생생하다.
아이는 고등학생이 된 후 줄곧 집-학교-학원가를 돌고 돌고 또 도는 중이다. 학원가에는 정말 모든 학원들이 다 있다. 모든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편의점도. 밤 10시가 되면 왕복 6차선 도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차가 몰리고 아이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다. 어찌나 아이들의 행색이 비슷한지, 나는 그 속에서 아이를 찾을 수 없다. 회색 모자티에 회색 운동복 바지에 검정 숏패딩에 검정 백팩. 몇 천 명의 아이들이 그러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학원가에 학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리브영도 있고 동네와 다르게 각종 신기한 물건을 다 가져다 놓은 큰 편의점도 있고 문구점도 많다. 달리 보면, 학원가는 아이의 눈 갈 곳 천지다. 학원가에서 잠시 시간이 뜰 때,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나서 주차장 가는 길에 아트박스가 보일 때, 그럴 때 아이는 꼭 잠깐 구경 가자고 나를 꼬드긴다. 아이만큼 문구류를 좋아하는 나는, 편지지도 구경하고 펜도 구경하고 요즘 아이들 학용품 구경도 할 겸 문구점 구경을 즐긴다. 그걸 알아서 그런지 아니면 엄마의 취향과 상관없이 본인이 가고 싶어서 그런지 꼭, 문구점에 들른다. 이렇게 말하면서.
알파 갈래?
또는
아트박스 좀 들렀다 갈까?
또는(자기는 학원 들어가면서)
엄마 가는 길에 문구점 좀 구경하고 가.
지난번에는 중고등학생들이 즐겨 쓰는 채점용 (샤프형) 빨간 색연필을 사다 줘서 날 즐겁게 해 줬고, 어제는 두쫀쿠를 한 번도 못 먹어 본 아빠를 위해 학원 앞 편의점에서 두쫀쿠 비슷한 어떤 것을 사 와서 우리를 기쁘게 해 줬다.
새로운 모든 것에서 에너지를 얻고 호기심을 갖는 아이의 성향을 알게 될 때마다, 나는 아이의 미래가 매우 재미질 것임을 꼭 믿는다. 지금도 저렇게 저런데, 나중에 고등학생 신분이 끝나면 얼마나 모든 게 황홀하고 신비로울까. 아이는 분명 찬란한 청년기를 보낼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게 잘 지낼까.
그리고 나는 부모니까, 기왕이면 거기에 슬기로움 한 스푼, 열정 한 스푼, 정도를 함께 얹는다면 아주 금상첨화일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미래에 그런 욕심도 한번, 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