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모의고사 본 날은 반드시
3월. 학부모총회에 다녀왔다.
매년 3월, 아이의 학교에 간다. 작년 3월에도 재작년 3월에도 여기 이 자리, 실내 체육관에 앉아 선생님들의 강의와 연간 학사일정을 브리핑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 올해는 마음이 좀 다르다. 일단 선생님들의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제 곧 나에게 닥칠 일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동안 내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이 좀 쌓여서 그런지 뭔가 좀, 알겠다.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하다.
사락사락. 엄마들이 자료집을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타학교에서 온 입시담당 선생님이 PPT와 자료집을 넘나들면서 익숙하게 강의를 한다. 간간히 농담도 섞어가며 아주 능숙하게. 작년에는 도저히 못 쫓아가겠어서 포기하고 대충 화면만 봤는데, 이번에는 나도 반드시 해당 페이지를 찾아내고 메모도 하고 그런다.
찰칵찰칵. 엄마들이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다 자료로 보내주시겠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찍는다. 나도 따라서 두어 장 찍는다. 집에 가서 이걸 보면서 아이와 남편과 이야기해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여섯 번의 모의고사를 본 후, 아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다. 큰일 났다. 외면할 수도 없고 도망갈 곳도 없다. 꼼짝없이 고3엄마다.
강의를 마치며. 선생님이 한 가지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고 한다. 꼭, 모의고사 보는 날 아이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이거 하나만은 하라고. 그게 뭘까? "이거 하나 만은 꼭 하셔야 해요." 뭘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치킨...? 맛있는 야식을 준비해 놓아야 하나.
아니었다. 꼭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뉴스 검색을 해서, 그날의 모의고사 난이도가 어땠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다. 만약 시험이 쉬웠는데 아이가 못 봤다면 질책을, 시험이 어려웠는데 아이가 못 봤다면 공감과 위로를 해 주라고. 무턱대고 못 보면 혼내고 잘 보면 칭찬할 것이 아니라, 시험의 난이도 정도는 파악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합리적이라고. 아, 치킨이 아니었구나.
집에 돌아와서 야식을 먹는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이가 한 마디 한다.
너무 맞말이네.
그래. 엄마는 치킨을 시켜 놓고 뉴스를 검색하며 너를 기다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