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시작된 작은 용기

마음이 먼저 멈추라 했다.

by gogogigi

회사 근무 도중,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회의 도중 왼쪽 팔에 감각이 사라지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처음엔 단순한 과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다행히도 직장 동료의 만류 끝에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늦은 저녁 이어진 CT와 MRI 촬영, 각종 검사 속에서 마음이 점점 조용해졌다. 맞은편 침대에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며 울고 있는 대학생이 있었고, 옆자리 어르신은 술에 취해 부상을 입고도 검사비가 걱정돼 검사를 미루려 하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평소 누구보다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왔던 내가 왜 지금 여기에 누워 있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업무 때문일 거란 생각에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이 정도는 아무 일 아닐 거야’, ‘다들 이렇게 참고 사는 거지’라며 애써 넘겼던 날들이, 그날만큼은 외면되지 않았다.


진단 결과는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건 ‘삶의 경고음’ 일지도 모른다고,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신호처럼 들렸다. 병가를 신청하고 안정을 취하고 나서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걸까? 10년 뒤 나는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바꿔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선뜻 발을 떼기엔 겁이 났다. 나는 나를 도와줄 부모도, 형제자매도, 기댈 친구도 없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 뒤가 없는 외줄을 걷는 듯한 불안함.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 삶 속에서 변화는 늘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작게나마 시작해 보기로 했다. 글을 통해 이 마음을 꺼내본다.


이 작은 시작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나는 이제 멈춰 있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