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또다시, 디지털 노마드를 꿈꿨다

맨해튼 뷰와 고양이 한 마리, 윌리엄스버그에서 젤라또 한 스푼

by gogogigi

맨해튼의 끝없는 사이렌 소리와 인파에 지쳐갈 즈음, 나는 결국 브루클린으로 넘어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도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숙소는 여전히 호스텔이었지만, 이번에는 개인실이 딸린 곳이었다. 예산 이슈 때문에 더 좋은 호텔은 엄두도 못 냈지만, 그 작은 방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다. 오랜만에 “내 공간”이 생겼다는 안도감,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맨해튼 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호사였다. 강 건너 빌딩 숲이 석양에 물들 때, 나는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걸 느꼈다.


호스텔 주인이 키우는 고양이도 큰 위로가 되었다. 아침마다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손님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는 듯한 모습이 귀여워서, 괜히 나도 그 고양이에게 “오늘 어때?” 하고 속삭이곤 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의외의 동료랄까. 사람 대신 고양이가 집주인처럼 굴어주는 그 분위기가 묘하게 따뜻했다.


브루클린은 맨해튼과 달랐다. 거리는 조금 더 여유롭고, 사람들의 걸음도 한 박자 느렸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이곳이 같은 뉴욕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였다. 맨해튼에서 지쳐 있던 내게 브루클린은 작은 피난처 같았다. 브루클린에서의 며칠은 달리 특별한 일정이 있진 않았다. 관광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맨해튼과 달리, 이곳에서는 그저 동네를 거닐고,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냈다. 작은 로컬 식당에 들어가 허기를 채우고, 골목 모퉁이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있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

프로스펙트 공원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센트럴파크만큼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편안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아이들과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 그 풍경 속에서 나도 잠시 한 사람의 브루클린 주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도심의 소음 대신 새소리와 웃음소리가 배경음이 되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윌리엄스버그에서는 예쁜 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작은 젤라또 가게에 들렀다. 화려한 장식도, 긴 줄도 없는 가게였는데 그 젤라또 맛은 잊기 힘들 정도로 진하고 신선했다. 한여름의 햇빛 아래에서 녹아내리기 전에 부지런히 퍼먹으면서 괜히 웃음이 났다. ‘아, 이런 게 여행이고 행복이지’ 싶었다.

브루클린에서의 시간은 뭔가를 성취하거나 특별한 체험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동네를 거닐며, 로컬의 속도를 따라가며, 스스로를 천천히 회복시킨 시간이었다. 퇴사 직후의 불안과 맨해튼의 과한 에너지 사이에서, 브루클린은 내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었다.


브루클린에서 보낸 며칠은 별다른 이벤트 없이 흘러갔지만, 그 소소한 일상 덕분에 나는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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