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즐겨하던 게임인 삼국지 3에선 인재 등용 시스템이 있다.
전쟁에서 이기고 난 뒤 적국의 장군들을 등용할 수도 있었고, 재야를 떠도는 인물을 등용할 수도 있었다.
그 인물들에겐 개별로 상을 내릴 수도 있는데, 각종 무기와 재물 따위를 부여하면 수치화되어 있는 충성도가 올라가 시간이 지나면서 섭섭하다며 떠나겠다는 일도 발생하지 않고 다른 이의 유혹에 흔들릴 가능성도 적어지는 그런 시스템이다.
어린 나이였던 나는 내 편이 많이 생기는 것에 집착하듯 능력치 좋은 부하들을 등용했는데, 걔 중에선 능력치가 매우 높으면서 그 어린 나이에도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듯 한 인물들도 수하에 둘 수 있었다.
화타(華佗), 방통(龐統), 좌자(左慈), 강태공(姜太公),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처음 플레이할 땐 내가 그들에게 섭섭하게 대우하여 내가 세운 나라를 떠나는 줄 알았다.
두 번째 플레이할 땐 그들이 떠나는 게 싫어 많은 재력을 부여해 충성도를 100으로 올려도 보았다.
세 번째 플레이할 땐 그들이 좋아할 것 같은 보물들과 재력을 포함하여 게임 시스템 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줬음에도 떠나는 걸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애초에 그들이 나를 떠나는 건 나의 의지완 관계가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내가 어떤 순간에 저런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가에 대해 고찰해 봤더니,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난 결론은 '내가 가진 것으론 이 사람을 붙잡아둘 수 없겠다.'는 계산이 본능적으로 들게 될 때부터였다.
어떤 것도 관심 없고 무엇에도 무심하고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언젠가 말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그런 사람들.
일반인 연애프로그램인 '나는 솔로'를 보게 되면 줄곧 나를 떠나가버린 '화타(華佗)'가 생각난다.
'누군가'에겐 '빛과 소금인 출연자'는 '누군가'가 본인을 채워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짧은 시간 내 알아채고 그 '누군가'에게 화타처럼 행동한다.
그런 탓에 아무 관심 없고 아무 생각 없고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듯한 그 느낌에 '누군가'는 더 안달이 난다.
'이 사람을 내 곁에 두고 싶다, 이 사람을 내 곁에 둘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줄텐데' 하는 그 마음이 스크린을 뚫고 나에게까지 전달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여기서 더욱 재밌는 건 그 빛과 소금인 출연자 역시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 앞에 가선 시쳇말로 '뚝딱거린다' 혹은 '고장 나 버린다'라는 표현처럼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관계라는 건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그게 게임이든, 사람이든, 상황이든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이든.
애초에 붙잡을 수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내 곁에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니었고 내가 전부를 걸 만큼 마음을 쏟은 그 순간조차도 상대에겐 그저 '떠날 준비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붙잡고 싶었지만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주어도 붙잡을 수 없었던 그 모든 순간들.
아마도 우리는.
누군가에겐 떠도는 인재였고,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또 누군가에겐,
말없이 떠나버린 화타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솔로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