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 아버지의 장례식

by 편지

'지이잉-'

겨울 어느 날, 새벽 한 시쯤.

언젠가부터 카톡 소리가 아니면 잘 확인도 하지 않는 문자 메시지 수신 진동이 새벽에 울렸다.

돌이켜보면 그날 밤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평소라면 듣지 못하고 잠을 이어 나갔을 것이고, 설령 잠시 깨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눈 한번 흘깃하고 다시 잠을 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어쩐지 눈이 떠졌고 또 기어코 손을 뻗었으며 이윽고 문자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어두운 방 안에 퍼진 스마트폰의 밝은 빛이 잠시 내 눈을 찡그리게 하였고 그 빛 안엔 여전히 내겐 두려운 그녀의 이름으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였다.

문자의 내용은 누가 보아도 나에게만 보낸 내용이 아닌 연락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낸 듯한 단체 문자로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담은 내용이었다.

장례식장의 장소, 고인의 정보, 상주, 부고 메시지, 계좌번호 그리고 간단히 찾아올 수 있는 약도가 적혀 있었다.


'가야 할까? 나를 보는 게 그녀에게도 부담일 수 있으니 가지 말아야 할까?' 하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의미 없는 고민을 하는 시간부터 나는 나갈 채비를 했다.

명복을 가장한 설렘에 나 자신이 싫었지만, 그런 감정은 나를 막아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해 보니 집에서부터 한 시간 이십 분 정도의 거리. 아마도 도착하면 새벽 세 시 삼십 분쯤 도착할 것 같다.

그곳에 도착하면 고인에게 절을 하고, 명복을 빌고, 조의금을 넣고, 그녀와 맞절하고,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아마도 거의) 처음 가는 조문객일 테니 정신없을 그녀를 위해 테이블에 비닐과 수저 세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경황없는 와중 내어 오는 육개장과 수육을 앞에 두고 잠시 기다리면 그녀가 내 옆으로 와 자리에 앉고 아직은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아 울고 있는 그녀에게 내 어깨를 내어주고, 그녀를 안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위로해 줘야겠지? 그러다 그녀가 내게 기댄 감정을 매개 삼아 증폭된 감정의 방향이 바뀌어,

"우리 예전처럼 다시 만날래? 다시 만날까?.. 줄곧 너의 다정함이 너무 그리웠어."라는 그녀의 뜻밖의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이 평소 아예 없는 것이라 할 순 없지만 특수한 이 상황에서 평소 네가 가진 그 조그만 감정이 매우 크게 증폭된 것일 수 있어. 나는 아주 차분히 냉정히 여전히 네가 좋지만 그렇지만 넌 며칠 더 지난 뒤 지금과 같은 감정인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우리 다시 만나자. 그리고 같이 밥 먹자."


'좋아 완벽해'라고 나는 생각을 하며 주차한다. 마침내 장례식장 도착.


3호 귀빈실에 들어가 고인에게 절을 하고, 명복을 빌고, 그녀와 맞절하고,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아마도 거의) 내가 처음인 것 같고 정신없는 그녀를 위해 테이블에 비닐과 수저 세팅을 하려니 '아뿔싸' 테이블은 비닐과 수저가 세팅되어 있었다. '요즘 상조회사가 참 빠르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정돈되어 내어 온 육개장과 수육을 앞에 두고 잠시 기다리니 그녀가 내 맞은편으로 와 앉고 내 생각보다 차분한 그녀는 와줘서 고맙다며 많이 먹고 조심히 집으로 가라고.


그녀보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나는 그녀를 생각하던 감정을 매개 삼아 증폭된 감정의 방향이 바뀌어,

"우리 예전처럼 다시 만날래? 다시 만날까?.."라는 나의 뜻밖의.. 아니 뻔한 말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 넌 여전히 자의식 과잉이니?.. 부모님 돌아가시거든 연락해. 와줘서 고마워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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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발송되었습니다.'

가을 어느 날, 낮 한 시쯤.

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담은 내용을 그녀에게만 보낸다.

장례식장의 장소, 고인의 정보, 상주, 부고 메시지, 계좌번호 그리고 간단히 찾아올 수 있는 약도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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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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