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행정기관은 종종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곳이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지난해 봄, 철원으로 이사를 오면서 처음으로 철원군청의 열린 일자리게시판을 이용하게 되었다. 생소한 지역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했던 상황이었고,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전에는 대도시에서만 직장 생활을 해왔기에, 지역 단위의 행정서비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철원에 정착하면서 느낀 건, 작은 지역일수록 행정기관의 역할이 훨씬 밀접하다는 점이었다. 온라인 채용 사이트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들이 군청의 일자리게시판에 올라와 있었다.
철원군청의 열린 일자리게시판은 단순히 구인 정보를 모아둔 곳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실제로 필요한 일들을 연결해주는 창구처럼 느껴졌다. 공공근로부터 사회복지 관련 단기 일자리까지 다양했으며, 무엇보다 ‘현장감 있는 정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자리를 알아보는 김에 민원실도 방문했다. 작은 일 하나라도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고 싶었다. 종이 서류가 익숙하지 않아 다소 어색했지만, 담당 직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민원실 안은 분주했지만 질서정연했다. 각자 다른 사정으로 방문한 사람들 속에서도, 공무원들의 응대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복잡한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들으며 ‘이런 세심함이 지역 행정의 신뢰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민원에도 귀 기울이는 태도였다. 작은 문의 하나에도 꼼꼼하게 답해주는 모습을 보며, 행정이라는 것이 단순한 서류 처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깨달았다.
며칠 후, 열린 일자리게시판을 통해 지원했던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절차는 빠르고 명확했다. 지원서 작성부터 결과 통보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경험은 단순히 ‘일자리를 구했다’는 사실을 넘어, 지역과 나 사이의 관계를 다시 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전에는 행정기관이 멀고 딱딱한 존재라고만 생각했지만, 열린 일자리게시판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살아 있는 시스템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철원군청의 열린 일자리게시판은 이름 그대로 ‘열린’ 공간이다.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직접 방문해보면 그 ‘열림’의 의미가 훨씬 크게 다가온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생계,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 그리고 지역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수많은 연결점이 존재한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일자리 정보 하나에도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깃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민원실에서의 대화, 게시판의 한 장의 공고문, 그리고 그 너머의 작은 행정 절차까지 모두가 하나의 유기적 흐름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지방 행정이라는 말은 어쩐지 딱딱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지역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따뜻한 구조물 중 하나다. 철원군청의 열린 일자리게시판과 민원실은 그 구조물의 한 축이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일자리를 추천할 때, 나는 자연스레 “군청 게시판 한번 확인해봐”라고 말하곤 한다. 그것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한 신뢰의 언어다. 행정의 손끝이 사람의 삶에 닿을 때, 그곳은 더 이상 낯선 기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