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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살MJ Jul 10. 2023

말이 없던 반 1등, 사범대에 합격하다.

내성적인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특별한 목표 없이 주어진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던 나는, 고3이 되어 어느 대학 어느 과를 희망하는지 적어서 내라는 말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 무슨 과를 가야 하지?


수학을 좋아하는 애가 문과는 왜 왔니?

 고2로 올라가면서 문과/이과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나는 큰 고민 없이 문과를 선택했다. 초등학생 때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타 오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학교 대표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타 오기도 했으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수학과학을 곧잘 했기에 나와 엄마는 당연히 이과를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목과를 나온 아빠는 '네가 의사를 할 만큼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닌데, 여자가 이과가면 고생만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과는 의사 아니면 건축이나 건설쪽으로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도 딱히 별 생각이 없었어서,  '그럼 문과 가죠 뭐'라고 답했고 문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막상 문과에 와서 고3이 되어 진로를 생각해 보니, 너무 막막한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은 19살짜리는 주변에서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동생이 둘이나 있는 장녀에, 반에서 항상 1등을 하는 학생이었던 나는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 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설명을 해 주면 이해가 잘 되었다며 기뻐하는 동생과 친구들을 보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선생님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과 과목 중 내가 가장 잘 하는 과목은 국어였기 때문에 국어교육과로 진로를 정했다. 예쁘고 잘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었던 고3 담임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가 잘하는 과목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한 직업을 합친 것으로 내 진로를 정해버린 것이다.


발표도 못하는데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원래도 약간 악바리 근성이 있었던,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치면 파워 J였던 나는 고3 때 일주일치 계획을 미리 짜고 그 계획을 모두 지키면서 피터지게 공부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런데 합격하고 나니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앞뒤 생각 안 하고 공부에만 매진하다가 수능이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지니 걱정이 솟아난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말이 정말 없고 내성적인 편이라 친구를 사귈 때 먼저 다가가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내내 정말 고맙게도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줘서 친구를 사귀었다. 발표 시간이 가장 두려웠으며 발표를 할 때면 선생님이 조금만 더 크게 말해 달라고 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교단에 서서 큰 소리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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