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던 반 1등, 사범대에 합격하다.

내성적인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by 웃살MJ

특별한 목표 없이 주어진 공부만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던 나는, 고3이 되어 어느 대학 어느 과를 희망하는지 적어서 내라는 말에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 무슨 과를 가야 하지?


수학을 좋아하는 애가 문과는 왜 왔니?

고2로 올라가면서 문과/이과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나는 큰 고민 없이 문과를 선택했다. 초등학생 때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타 오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학교 대표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타 오기도 했으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수학과학을 곧잘 했기에 나와 엄마는 당연히 이과를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토목과를 나온 아빠는 '네가 의사를 할 만큼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닌데, 여자가 이과가면 고생만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과는 의사 아니면 건축이나 건설쪽으로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도 딱히 별 생각이 없었어서, '그럼 문과 가죠 뭐'라고 답했고 문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막상 문과에 와서 고3이 되어 진로를 생각해 보니, 너무 막막한 것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은 19살짜리는 주변에서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동생이 둘이나 있는 장녀에, 반에서 항상 1등을 하는 학생이었던 나는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 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설명을 해 주면 이해가 잘 되었다며 기뻐하는 동생과 친구들을 보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선생님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과 과목 중 내가 가장 잘 하는 과목은 국어였기 때문에 국어교육과로 진로를 정했다. 예쁘고 잘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었던 고3 담임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내가 잘하는 과목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흔한 직업을 합친 것으로 내 진로를 정해버린 것이다.


발표도 못하는데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원래도 약간 악바리 근성이 있었던,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치면 파워 J였던 나는 고3 때 일주일치 계획을 미리 짜고 그 계획을 모두 지키면서 피터지게 공부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런데 합격하고 나니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앞뒤 생각 안 하고 공부에만 매진하다가 수능이 끝나고 할 일이 없어지니 걱정이 솟아난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말이 정말 없고 내성적인 편이라 친구를 사귈 때 먼저 다가가 본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내내 정말 고맙게도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줘서 친구를 사귀었다. 발표 시간이 가장 두려웠으며 발표를 할 때면 선생님이 조금만 더 크게 말해 달라고 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교단에 서서 큰 소리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