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한참 동안 자리로 오지 않는 이제 변해버린 그녀와의 옛 추억을 생각하며 기억한다..
줄리를 처음 만난 그날을...
h가 줄리를 처음 만난 건 1년 반전 홍대 숍이었다..
당직이었던 그날 퇴근시간이 다가와 인턴이 닦아놓은 가위를 손질하던 무렵 cut를 하고 싶다고 하여 받은 마지막 손님이었다..
시술 중 둘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물론 그녀는 거의 듣는 쪽이었다..
그리고 마침 비가 와 우산이 없는 그녀를 우산이 있다는 핑계로 역까지 바래다준다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역 근처 작은 주점에 들어간 h와 줄리는 모둠튀김과 어묵탕 안주를 시켜놓고 서로 멍하니 있었다...
사실 h도 일할 때 빼고는 조용한 편이라 붙임성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남자라 먼저 말을 건넸다..
"저희 숍은 오늘 처음 오셨나 봐요?"
"네 제가 내일 공연이 있는데 머리가 좀 이상한 거 같아서요 정리할 때도 됐고요"
"아 그럼 배우이신가 봐요?"
"네 뮤지컬이요"
"오 정말 멋지시네요"
"그런가요?"
그렇게 그날을 보내고 조용하면서도 뭔가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줄리에게 h는 끌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꼭 보러 가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처음에는 경계하던 줄리도 h에게 마음을 열어 둘은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잘 지내던 반년 뒤 어느 날 며칠이나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 줄리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
쌍둥이 동생이 자살했다며 충격이 크다고 당분간 혼자 있고 싶다고 말이다..
h는 본 적은 없지만 같은 쪽 일을 하고 있는 여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하튼 곁에서 위로해 주고 싶지만 한번 말하면 끝인 줄리를 생각하며 h는 그냥 그녀를 믿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1년에 한 번씩 있는 헤어쇼에 신경을 집중했다..
프랑스 프랜차이즈 'JD' 헤어쇼는 코엑스에서 이제 내년에 27살이 되는 h의 12월 3일 생일 전날에 있었다..
이번 년은 연수가 필요한 h를 포함 홍대점은 2명을 내보냈다..
이런저런 헤어쇼 경연 그리고 그동안 틈틈이 준비한 매장들 간의 장기자랑,
그렇게 헤어쇼를 마치고 정문을 나오다 거기에 서있는 줄리를 보고 h는 놀랐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여기 어떻게?"
"생일 축하해 자기야!! 이제 12시가 지났지? 본사에 전화해 위치 물어봤어
나 반갑지?"
"그럼 당연하지 너무 보고 싶었어 어디 들어가자"
"응 그런데 매장 사람들이랑 뒤풀이는"
"아 몰라 몰라"
줄리를 다시 만난 h는 정말 기뻤다.. 그리고 신기한 건 예전이랑 성격이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예전에 느꼈던 신비로움이나 비밀스러움이 사라지고 너무나 활발하고 성격이 외향적 E로 바뀐 것이다..
h도 처음 그런 점이 나쁘지 않았고 쌍둥이 동생이 죽은 충격으로 밝고 강해지고 싶구나 생각하고 이해하고 감싸주었다..
그런데 갈수록 예전이랑 다르게 심해지는 h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연인 수준을 넘어 일일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무작정 짐까지 들고 이사 온 줄리를 보낼 수 없어 동거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끝이다..
처음 알던 줄리가 아니다..
이렇게 일 년을 보냈다..
h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이제 끝이다...
이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