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의 중요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지시를 내리거나 지시를 받는 상황 속에 놓입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 지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지시를 주고받습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가정에서는 부모로부터, 친구 사이에서는 부탁이라는 이름으로.
가만히 돌아보면,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이 누군가의 지시로부터 시작되거나, 내가 내린 지시로 인해 흘러가곤 합니다. 결과를 기대를 하기 전에, '지시'라는 행위가 지니는 무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시받는 순간의 무게
가장 먼저 사회 초년생 시절 선임의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그냥 적당히 정리해서 보고해.”
저는 그 말 한마디를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했습니다.
‘적당히’의 기준이 무엇일까? ‘정리’는 어떤 형식을 말하는 걸까?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그때 그 순간 느낀 답답함은 결과가 틀렸다는 사실보다, 출발선부터 문제가 있었다는데 있었습니다.
저는 혼자 다른 길을 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시하는 사람의 착각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던 시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1년 차 미만의 팀원들로만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취지, 방향성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했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팀원들에게 맡겼습니다. 당시에는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내놓은 결과는 제가 의도한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 순간 저는 팀원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한참의 정적이 흘렀고 저의 답답함이 어느정도 가라 앉았을 때 원인을 알고자 팀원들에게 결과에 대한 과정을 물어보았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사용하는 어휘(단어)를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받아쓰기를 하듯, 각자 들리는 대로 메모한 뒤 서로 비교하며, 마치 방탈출 게임을 하듯 제 의도를 맞춰가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항상 그래 왔듯이 당연하고 익숙하게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착각하고 그들을 방치했던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또 다른 허들
설령 설명이 충분했다 하더라도, 지시받는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벽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적 압박입니다.
지시하는 사람과는 달리 지시 받은 사람은 지시를 받는 순간 업무에 대한 사고를 시작합니다. 만일 주어진 시간에 여유가 없다면 생각의 여유가 없이 급한 마음이 우선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이 늘 시간에 쫓깁니다. 직장인들에게 과연 창의력을 발휘할 여유가 주어질까요?
어쩌면 미진한 결과의 책임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지시자의 몫일지도 모릅니다.
AI 툴을 통해 느끼는 지시의 중요성
오늘날 우리가 AI를 다루는 방식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달 새로운 AI 툴이 등장하고 업데이트가 이어집니다. 어떤 이는 능숙하게 활용하여 성과를 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가 나왔을 때도 유사 했습니다. 당시엔 승진을 위한 필수 덕목이자 구직자들에게는 필수 스킬이었죠. 머지않아 AI툴도 모든 산업과 모든 직무에 필수 스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 결과를 얻기 위해 쓰는 언어를 인공지능 분야에서 '프롬프트(prompt)'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이거 해줘”라고 대충 프롬프트를 입력합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결과에 불만을 표하며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어떤 이는 첫 프롬프트에서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프롬프트를 빌드업을 해 가며 본인이 원하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AI에 비유하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모호한 지시는 모호한 결과를 낳고, 세심한 지시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불러옵니다.
사람마다의 능력, 그리고 배치
수많은 AI 툴들은 각기 탁월한 능력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리서치, 창작, 이미지 생성/편집/합성, 영상 제작/편집 등 각각의 주요 기능들이 있습니다. 즉, 리서치 기반의 AI 툴에게 창작을 요구한다면, 결과물을 보고 답답함이 치밀어 오를지도 모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는 분석에 강하고, 어떤 이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탁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모없다, 필요없다”라고 쉽게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각입니다. 적재적소에 맞는 업무에 사람을 배치하고 지시하는 것, 그것이 지시자의 몫이기도 합니다.
지시는 직장에만 있지 않다
우리가 흔히 지시를 직장과 상사의 언어로만 이해하지만, 사실 일상 어디에나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의 대화 속에서도, 친구에게 부탁을 할 때도, 연인에게 기대를 건넬 때도. 결국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하며,
지시라는 것은 단순히 “이걸 해라”가 아닙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때로는 원하는 것 그 이상을 얻기 위해, 설명과 이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지시자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면 결과는 분명 더 나아질 것입니다.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도 댓글에 남겨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