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에 대하여, 말보다 더 큰 설득, 귀담아 듣기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가 무언가를 멋지게 말했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을 때였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자리를 내어주는 태도다.
중단된 말은 다시 시작될 수 없다.
몇 해 전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본인의 고민을 어렵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의 말에 집중하였지만 무언가 조언을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듣는 내내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위로할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말하는 중간중간 끼어들게 되었고 이내 '너무 진지했다며 술이나 마시자'는 말과 함께 대화가 중단되었다. 그 순간 내가 실수를 했다는 걸 직감했고 미안한 마음에 동료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는 아마 해결책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끝까지 들어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기다려주는, 들어주는 그 흔하고 쉬운 일을 하지 않았다. 조언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상대가 내어놓은 진짜 맥락은 한 번 흘려버리면 다시는 잡을 수 없다.
어려운 고민을 말하려 했던 동료의 결정, 그 순간의 감정 그리고 그의 흐름 모두를 내가 망쳐 버렸다.
알고 있다는 착각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의 아내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내가 무슨 말을 꺼내도 “이런 뜻이겠지”라며 아내의 마음을 짐작하곤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캠핑 중 어느 날 아내와 오랜만에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생겼다. 그러던 중 가볍게 건넨 질문에 그날 하루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내는 “당신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기에는 정작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아내를 가장 잘 안다고 믿었고, 그 확신이 오히려 내 귀를 닫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경청은 더 절실하다. ‘안다’는 자만이 대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말은 내 안에 오래 울린다.
말하고 싶다면 먼저 들어라
영업 현장에서는 경청의 힘을 가장 많이 체감했다. 미숙한 영어로 해외 고객을 만났을 때, 내 설명은 늘 부족했고 말은 자주 끊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족함 덕분에 고객이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유창하지 않은 설명으로 난 열심히 경청을 해야 했고 우연하게도 비로소 그들이 진짜 원하는 부분과 직면한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나의 미숙함으로 계약을 성사시킨 적이 많았다. 화려한 말솜씨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신뢰의 시작이지 않을까?
조금 더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한 작은 팁
모두가 그렇지 않겠지만 경청은 타고나는 성향이 아니라 훈련과 노력의 결과인 것 같다. 나 역시 시행착오 끝에 몇 가지 방법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마음속 준비: 대화를 시작하기 전, ‘오늘은 내 생각을 내려놓고 이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라고 다짐해 본다.
눈과 마음을 맞추기: 눈빛과 표정을 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면 잡생각이 줄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짧은 호응과 확인: “정말?”, “그랬구나” 같은 짧은 반응은 상대에게 안도감을 준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상대가 한 말 그대로 되짚어 다시 확인해 주면 상대와의 신뢰가 한층 쌓일 것이다.
나중에 말하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잠시 참았다가, 상대가 다 말한 뒤 말한다. 그때가 되면 다 잊혀질까봐 조급한 마음이 들겠지만 잊혀질 정도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일 가능성이 더 크다.
처음에는 5분도 쉽지 않지만,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말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무리하며,
경청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다만 귀를 여는 태도일 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태도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듣는 순간 마음의 균열이 메워지고, 신뢰가 쌓인다.
흔히 설득을 말로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진짜 설득은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일어난다.
경청은 상대를 위한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큰 성장은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 역시 경청이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댓글로 경험을 나눠주세요. 모두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됩니다.”